짙어지는 침체, 줄어드는 교역…컨테이너 생산량 확 줄었다

1분기 컨테이너 생산, 전년比 71% ↓
WTO "상품무역 성장률 작년 2.7%→올해 1.7%"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일면서 수출입 물건을 수송하는 컨테이너 생산량이 급감했다. 경기 바로미터인 해운업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당분간 세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해양 컨설팅 업체인 드류리에 따르면 컨테이너 업계 표준 규격인 20피트 컨테이너 생산량은 올해 1분기 30만6000개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06만개 대비 71% 줄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물가 상승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글로벌 교역이 축소된 여파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이동 제한에 상품 수요가 급증, 컨테이너 제조가 호황을 누렸던 2년 전과 비교해 해운업계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해운 운임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9일 기준 972.45를 기록해 1년 전(4147.83) 보다 76.6%, 2년 전(3343.34) 보다 70.9% 급락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컨테이너 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재고 누적이다. 드류리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컨테이너 생산량은 업계 표준 규격 기준 710만 개로 전년의 두 배에 달한다. 컨테이너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지금은 컨테이너 저장 공간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글로벌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아시아태평양 고객 배송 최고 담당자인 앤 소피 젤랑 칼슨은 "아태 지역에서 현재 컨테이너 재고는 기록적인 수준"이라며 "올해 내내 대량의 컨테이너가 항구에 쌓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저망했다. 머스크는 재고 문제로 2024년까지 건조 컨테이너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기존 재고를 서둘러 팔아치우거나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업황 악화에 컨테이너 생산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줄었다. 중국 최대 컨테이너 생산기업 중 하나인 중국 국제 해운 컨테이너는 올해 1분기 이익이 1억6000만 위안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1%나 급감했다. 회사 측은 "컨테이너 무역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새로운 컨테이너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표준 (규격의) 컨테이너 판매가 이 기간 77%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국 해운사 코스코 개발 역시 올 1분기 이익이 3억9800만 위안으로 71%나 쪼그라들었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앞으로 세계 교역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상품 무역 성장률이 1.7%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2.7%에서 크게 둔화된 수준이다. 지난해 뿐 아니라 지난 12년간 성장률 평균인 2.6%와 비교해도 저조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 세계 수입 증가율이 지난해 4.7%에서 올해 2.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업계에선 전통적인 성수기인 2~3분기보다 1분기 실적이 더 좋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제기된다.

이 같은 교역 부진은 다시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외신은 "팬데믹 규제 완화로 인한 상품 수요 감소로 글로벌 컨테이너 생산량도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며 "주요 항구에 강철로 만든 상자가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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