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전 49기’ 백석현 '이름을 알려 기분 좋다'

SK텔레콤 오픈서 데뷔 10년 만에 우승
62kg 감량 공개, ‘노룩 퍼트’ 장착 성공
"올해 국내 전념, 내년 아시안투어 병행"

백석현은 ‘무명’이다.

2014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중학생 때 태국으로 골프 유학을 갔다가 16년 동안 살게 됐고, 프로 데뷔도 태국에서 했다. 주로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해 국내 팬들에게는 낯설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아시안투어가 위축되자 2021년부터 코리안투어로 무대를 옮겼지만 지난해 상금랭킹 60위가 말해주듯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140㎏이던 체중을 80㎏으로 줄인 사연이 알려져 잠깐 화제가 됐을 뿐이다.

백석현이 무명 탈출에 성공했다. 그는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49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완성했다. 비회원 신분까지 포함하면 코리안투어 56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둬 상금 2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 대회 전까지 48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 2억3051만원보다 더 많다.

백석현이 SK텔레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제공=KPGA]

백석현은 "이런 기분인 줄 몰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그동안 내가 낯설었던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돼 기분 좋다"고 환호했다. 백석현은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그는 "아내와 장인, 장모한테 좋은 모습 보이고 싶었다. 1, 2라운드에서 멋진 모습 보여줘 기뻤는데 우승까지 이어졌다"며 "상금은 와이프 주겠다. 그래도 나도 사고 싶은 거 하나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미소를 지었다.

백석현은 이번 우승으로 2019년 한때 140㎏이 넘던 체중을 줄인 사연도 소환했다. 그는 "살을 빼기로 마음먹고선 석 달 동안 탄수화물과 염분을 전혀 섭취하지 않았다"면서 "8개월 만에 62㎏을 감량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금은 100㎏이 넘지 않는다"며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습관 때문에 체중 관리가 쉽지 않다"고 웃었다.

백석현은 4m 이내 거리에서는 공이 아닌 홀을 보고 퍼팅하는 이른바 ‘노룩(no look) 퍼트‘로 무더기 버디를 뽑아냈다. 백석현은 "오늘 최종 라운드에서도 컵을 보고 퍼트해 위기를 넘겼다. 노룩 퍼트는 이번 대회에서 임시방편이었다. 다음 대회부터는 블룸스틱 퍼터를 쓰면서 정상적으로 공을 보고 퍼트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승을 결정짓는 보기 퍼트를 할 때는 볼도, 컵도 보지 않았다. 내 손만 봤다"면서 "넣고 나서는 머리가 하얘졌다. 우승한 게 실감이 안 났다"고 돌아봤다.

백석현은 이 대회 우승으로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정규투어 4년 시드 확보로 한국 잔디에 적응할 시간을 벌었다. 스윙 등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고칠 여유가 생겼다"며 "1승에 그치지 않고 2, 3승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국내 투어에서 집중하고 연말에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한국과 아시안투어를 병행하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유통경제부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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