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왜 유독 일부 사람들에게만 더 가혹했을까? 과학자들이 중증 환자들이 갖고 있는 유관 유전자 변이를 대규모 사례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케네스 베일리 영국 에딘버러대 교수 등 2000여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GenOMICC' 공동연구팀은 17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주로 2019년 코로나 확산 초기 감염됐다가 중증으로 전환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2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결과 해당 환자들에게 중증을 일으키는 수십개 이상의 유전적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인체의 면역시스템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총 49개의 DNA 염기서열이 중증화에 연관돼 있으며 이중 16개는 새롭게 발견된 것들이었다. 특히 일부는 면역체계를 담당한 유전체ㆍ단백질의 역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에 과민 반응하는 면역 세포는 중증 말기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조직 손상을 유발하는데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연구팀은 특히 이같은 폐 조직에 손상을 끼쳐 인체 곳곳에 산소를 보내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면역 세포의 활동과 염증 반응 사이에 유전적 연결 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코로나19 치료 방법 개선과 미래의 또 다른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54개국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 호스트 유전학 이니셔티브(COVID-19 Host Genetics Initiativ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수집해 같은 목적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주로 유럽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영국 연구 결과에 더하면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해 중증 코로나19의 유전적 요인에 대한 좀더 일반성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렉산더 호이센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 병원 유전학 교수는 "공통적인 유전자 변이가 병증에 관여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다른 데이터들 사이에서 결과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초기 단계로 아직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