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中 한번에 성공, 日 실패'…달 착륙 그렇게 어려웠나?

전문가들 "고난도 기술에 실패 경험 필수" 지적

"우주 개발은 실패가 성공을 부르는 대표적 분야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만 20여명, 높은 과학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이 지난 26일(한국시간) 새벽 첫 번째 달 착륙 시도에서 실패했다. 중국이 한 번에 성공한 것에 비하면 '굴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옛 소련), 중국 등 3개국뿐이다. 왜 이렇게 달 착륙이 어려운 것일까?

일본 민간회사 아이스페이스(ispace)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 M1.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이같은 의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답변을 전했다. 우선 달 궤도 진입하는 것부터 상당히 까다롭다. 지난해 12월 발사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루나 플래시라이트호가 대표적 사례다. 당초 달 극지대 얼음 탐사 임무를 맡았던 이 소형 우주선은 발사 후 추진 시스템이 고장나 임무 수행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도 지난해 9월 발사 후 4개월여에 걸친 항행 끝에 같은 해 12월 무사히 달 궤도에 진입해 관계자들을 안도하게 했다.

달 궤도 진입이 어려운 이유는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달은 총알과 비슷한 초속 1㎞로 공전한다. 달 궤도에 진입하려는 우주선은 대체로 이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다누리의 경우 초속 2.08㎞로 비행 중이었다. 궤도 계산식에서 소수점 9번째 이하 자리의 미세한 오류라도 있으면 달의 중력에 포획되지 않고 스쳐 지나가 '우주 미아'가 돼 버릴 상황이었다. 우주선의 속도를 최소한의 연료를 소비해 적절하게 줄이는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다행히 당초 예상한 5차례가 아닌 3차례의 추진만으로 달 궤도에 합류하는데 성공했다. 다누리의 수명이 최소 1~2년 이상 연장되는 순간이었다.

이와 관련 지구에서 약 38만4000km 떨어진 달 궤도 진입 방법은 대포ㆍ총알처럼 곧바로 직진하는 직접 전이, 일단 지구 궤도에 올라간 후 점점 더 회전 반경을 넓혀 달의 지구 공전 궤도에 합류한 후 올라타는 위상전이방식, 일단 태양 쪽으로 가다가 되돌아 와 달 궤도에 오르는 탄도형 전이(BLT) 방식 등 3가지가 있다. 공통적으로 달 궤도 진입 과정에서 우주선의 속도를 줄이는 한편 자세 제어ㆍ방향 전환·고도 조절을 위해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데, 이를 최소화해야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어렵게 달 궤도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착륙은 또 다른 문제다. 지구에서처럼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한 위치 정보나 대기 부양력없이 표면에 착륙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특히 달 표면에 근접했을 때가 중요하다. 착륙선의 센서가 추진체에서 분사되는 가스 때문에 발생하는 대규모 먼지나 돌 조각 등에 의해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인도, 이스라엘의 실패는 착륙 최종 순간 발생한 소프트웨어ㆍ센서의 오류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ispace의 실패도 먼지 때문에 높이 계산에 실패해 착륙 직전 연료가 다 소모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우주개발 회사 '허니비 로보틱스'사의 우주시스템 전문가 스티븐 인디크는 "달 착륙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지구에 비해 중력이 적고 대기 농도가 훨씬 희박하며 먼지는 많다"고 설명했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며 대기도 거의 없다. 대신 표면에는 돌과 먼지가 가득하다. 인디크는 "달 착륙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이런 환경이 착륙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상해야 하며, 어떻게 하면 잘못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면서 "가능한 한 많은 시나리오에 착륙선이 적응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거듭해야 하며, 그렇다고 해도 아무것도 보장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 우주 회사들의 부족한 경험도 큰 문제다. 이번에 일본 민간 우주 개발 회사 아이스 페이스(ispace) 사가 시도한 달 착륙은 사실 민간 부문의 첫 번째는 아니다. 이미 2019년 이스라엘의 민간 회사 스페이스IL사가 실패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 기관들의 경우 이미 수많은 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갖고 있다. 1960년대 달 착륙을 시도했던 미국, 옛 소련 등도 수차례의 실패를 거듭했다. 이후 이 국가들은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1966년 1월 옛 소련이 루나 9호, 같은 해 4월 미국이 서베이어 1호를 각각 연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2013년 중국이 첫번째 달 착륙 시도였던 창어-3호 임무에서 성공한 것이 오히려 예외였다. 중국은 연이어 창어-4호를 달 뒷편에 사상 처음으로 착륙하는데 성공했고 창어-5호에선 표본 채취 및 회수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인도도 2019년 첫 번째 달 착륙 시도에 실패해 올해 하반기 재시도할 예정이다.

이같은 달 착륙 역사가 한국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두려워 하지 말고' 배울 건 배우고 격려하는 '똑똑한 실패'가 필요하다는 것 아닐까. 한국은 우주 개발에 무관심하다 20여년 전 부터 뛰어들었다. 역사와 기술 수준이 일천하다. 10여년의 실패·개발 끝에 지난해 6월 첫 독자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다음달 24일 이후 3차 발사를 앞뒀다. 또 2031년까지 누리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독자적인 달 착륙 탐사에 도전한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등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혹시나 발생할 실패라도 이는 후퇴가 아니고 '전진'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업IT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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