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해저터널 굴착 완료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어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 앞바다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은 빠르면 7개월, 길면 5년까지 전망이 다양하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해저터널 공사는 25일 마무리됐다. 이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시설이다. 도쿄전력은 원전 부지 내 설비를 포함한 오염수 방류 관련 설비 공사를 오는 6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데, 이 공사가 막바지에 돌입함에 따라 이르면 7월 이후에 방류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오염수 방류 4~5년이 지나야 우리 해역으로 본격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후 유입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국내 해역 평균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인 1㎥당 0.001Bq(베크렐·방사능 방출 측정 국제단위) 수준이 된다.
하지만 어민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 문제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고 수산물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소비량 감소, 가격 폭락이 불가피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는 소비자가 81%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빠르면 7개월 이내에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 앞바다로 돌아올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 경우 당장 이번 겨울부터 어민들의 피해가 시작될 수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7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바다의 윗물과 아랫물을 다르게 봐야 한다면서 아랫물의 경우 기존 전망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앞바다로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윗물인 표층수는 쿠로시오 난류·오야시오 한류를 만나 북태평양으로 흘러간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북적도해류를 타고 다시 우리나라 쪽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기존 예측대로 4~5년이 걸린다. 하지만 해수면에서 200~500m 아래에 있는 물의 경우 동중국해에서 대만해협을 통해 대한해협으로 흘러오기 때문에 7개월~1년 사이에 우리 앞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 교수가 지적한 변수는 태풍이다. 태풍이 오면 바다가 요동치면서 아래에 있던 물이 위로 뜨게 되고, 이 물이 비의 형태로 한반도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20~30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이 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평균 3.1개 정도다. 서 교수는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할 시를 가정한 오염수 방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올해 국내 생산단계 수산물 전 품종에 대해 8000건 이상을 검사하는 것을 목표로 방사능 검사를 추진하고 있다. 전년(5441건) 대비 47% 이상 늘렸다.
또 국민들이 원하는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국민 신청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게시판'을 운영하기로 했다. 신청이 많은 품목을 매주 10개씩 선정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한 달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내달 정식 운영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