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중국이 우주개발에서 '미국 따라하기'가 노골적이다. 스텐인리스 재활용 가능 로켓 개발, 소행성에 대한 지구방어작전 수립에 이어 이번엔 화성 헬기도 만들겠다고 나섰다. 모방이 원조를 이길 수 있을까? 현재 계획대로라면 최소한 화성 표본 회수 프로그램에서는 중국이 이길 수도 있을 전망이다.
중국 국가우주국(CNSA)은 지난 22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심우주 과학 콘퍼런스에서 2028년 이후 실시될 화성 탐사 회수 프로그램인 '톈웬-3 임무(mission)'의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미국의 화성 탐사와 같다. 약 500g의 화성의 돌과 암석, 토양의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가 분석한다. 고대 생명체 존재 흔적을 찾고 환경ㆍ기후 변화 과정을 연구다. 이를 위해 2개의 창정 5호 발사체에 착륙선과 상승선, 궤도선 및 귀환 모듈을 각각 탑재해 보낼 예정이다. 중국은 2021년 5월 화성 탐사 로버 주룽(Zhurung) 착륙을 위한 톈웬-1 미션을 성공시켜 이미 화성 대기권 진입ㆍ하강ㆍ착륙 기술을 습득한 바 있다.
착륙선은 표면 샘플 채집을 위한 로봇팔, 지하 물질 수집을 위해 지표면 아래 2m까지 팔 수 있는 드릴을 갖춘 로버 형태로 개발될 예정이다. 또 여기저기 흩어진 샘플을 모으기 위해 6족 보행 로봇이나 미국의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 같은 소형 헬리콥터를 동행시켜 활용한다. 중국과학원은 앞서 2021년 9월 국제사회에 이같은 비행체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었다. 이와 관련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21년 2월 화성 로버 퍼서비어런스와 동행시킨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는 인류 최초 외계 행성에서 비행에 성공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초 단명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최근 50회 비행에 성공하는 등 2년 넘게 운용되고 있다. 비행체를 이용한 빠르고 정확한 외계 행성 탐사에 큰 가능성을 안겨줬다. NASA는 2030년 전후 실시될 화성 표본 회수 프로젝트 때도 다시 소형 헬기를 제작해 샘플 수집에 활용할 예정이다.
중국은 수집된 샘플들을 2단 형태의 상승선을 이용해 화성 궤도에 대기 중인 궤도선으로 운송하고, 이후 귀환 모듈에 태워져 지구로 보낼 예정이다. 상승선은 최소 360kg 이상의 무게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1단부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2단부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의 정확한 시행 시기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지난해 6월 중국 당국은 2028년 말에 톈웬-1 미션을 발사해 2031년 7월까지는 지구에 화성 샘플이 도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부적인 착륙지 선정은 현재 초청받은 국제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과 햇볕의 강도를 고려해 북위 17~30도 선의 가로 50km~세로 20km 구역을 정할 예정이다. 특히 화성의 대기 농도가 지구의 1%밖에 되지 않는 만큼 착륙선의 안전한 착륙에 필요한 충분한 대기 부양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표면(지구의 해수면 기준)보다 3000m 이상 움푹 패인 곳으로 선정된다. 또 화성의 고대 생물체 존재 증거와 지질학적 진화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표토 생성 연대가 35억년전 이상인 곳을 우선 고려할 계획이다. 퇴적암이나 온천·바다 등 물이 흐른 흔적, 지질학적 다양성 등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들이 착륙지 선정의 우선순위다.
이같은 중국의 화성 표본 채취-지구 전송 프로그램이 계획된 데로 2031년까지 실행될 경우 우주 개발 부문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NASA가 유럽우주청(ESA)과 함께 진행 중인 화성 표본 회수 프로그램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2033년에 끝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우주 굴기'를 내세우며 2010년대 이후 매년 우리나라보다 10여배 많은 10조원(군용 제외) 가량의 예산과 연 수십만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우주개발 분야에서 앞서간 미국을 이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NASA가 사상 최초 인류의 지구 방위 프로젝트인 '쌍둥이 소행성 경로 변경 실험(DART)'을 실시하자 자신들도 비슷한 실험을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최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25년 지구 근접 소행성인 '2019 VL5'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경로 변경 여부를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우주 업체인 스페이스X의 스테인리스 소재·액체 메탄 연료 재활용 가능 발사체 제작을 모방하기도 했다. 올해 1월 중국 베이징 소재 스페이스 에포크사는 안후이성의 한 실험장에서 시험용 발사체 'XZH-1 D1'의 점화 실험을 실시했다. 스테인리스 소재 추진제 탱크와 액체 메탄 엔진(룽윈70)을 사용했다는 점이 스페이스X의 재활용 가능 발사체들과 동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