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한때 '애물단지'라는 비난을 받았던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상'의 몸값이 급등해 관심이 쏠린다. 최근 안전자산인 금 시세가 폭등하면서 덩달아 박쥐상의 가치도 치솟은 것이다.
황금박쥐상은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에 설치된 황금상이다. 2008년 함평군이 순금 162㎏, 은 281㎏ 등을 매입해 만든 조형물이다.
황금박쥐상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황금박쥐(붉은박쥐)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앞서 1999년 대동면 고산봉 일대 폐금광에서 황금박쥐가 발견되자, 군은 이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황금박쥐상을 만들어 전시관에 설치했다.
조형물은 가로 1.5m, 높이 2.1m 규모로 황금박쥐 다섯 마리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제작에 총 30억원가량이 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작 당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황금박쥐상에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을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순금 수십억원을 매입해 조형물을 만들 가치가 있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억원짜리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금값이 치솟자 조형물의 가치도 폭등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금 1g당 매수가는 8만7380원이다. 조형물에 들어간 금의 가치만 고려해도 가치는 약 141억원에 달한다. 2008년 순금 매입 비용 27억원 대비 5배가량 오른 셈이다.
실제 황금박쥐상의 가치가 오르자 절도범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2019년 3월15일 새벽 3인조 절도범이 황금박쥐상을 훔치려 전시관에 몰래 진입했다가, 경비업체 경보장치가 울리면서 도망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황금박쥐상의 가치는 85억원이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금 재테크에 성공했다", "지자체 자산으로 대대손손 물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순금 조형물 제작을 시도한 지방자치단체는 함평군만이 아니다. 2019년 전남 신안군도 순금 189㎏을 매입해 '황금 바둑판' 제작 시도에 나섰으나, 막대한 비용 문제에 직면해 결국 철회했다. 당시 금 시세로 황금 바둑판 제작에는 약 110억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