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달에서 화성으로(Moon to Mars)'. 최초의 행성 간 운송 시스템으로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쓸 사상 최대 우주발사체가 20일 밤(한국 시각) 발사된다.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사가 만든 '스타십(Starship)'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페이스X는 20일 오전 9시28분~10시30분(미국 동부 시각) 사이에 미국 텍사스 남부에 위치한 자체 우주기지 '스타베이스(Starbase)'에서 스타십의 첫 완전체 궤도 시험 발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 17일 시험 발사가 계획됐지만 엔진 점화 불과 9분 전에 1단부 로켓 부스터(슈퍼 헤비)의 가압 밸브가 고장 나 취소됐었다.
성공 발사될 경우 8분 후 슈퍼 헤비는 멕시코만에, 2단부 우주선은 지구 저궤도를 한 바퀴 돌고 태평양의 하와이 인근에 추락한다. 총 1시간 30분 정도로 스페이스X는 이번 시험 비행에서 발사체의 기본 성능만 점검한다. 발사체가 가장 큰 압력을 받는 '맥스큐(Max-Q)'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버티고 단 분리를 할 수 있는지, 상단부 선체의 엔진이 저궤도에서 점화되는지, 대기권 재진입 후 안전하게 수면에 착륙하는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스페이스X의 자랑인 재활용을 위한 재점화ㆍ기지 회송 능력은 이번에 시험되지 않는다.
스타십은 머스크가 2002년 스페이스X 설립 시 목표로 세웠던 화성 탐사·개척을 위해 만들어진 역대 최고 사양의 우주선이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최대 100명까지 탑승하도록 설계됐다. 기본적으로 수십명의 사람과 최대 100t의 화물을 화성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또 다른 초대형 발사체 우주발사시스템(SLS)은 액체 수소를 연료로 쓰지만 스타십은 액체 메탄을 사용한다. 액체 수소 엔진은 그동안 로켓 연료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비싸고 다루기 까다롭다. 반면 액체 메탄은 싸고 취급이 쉬우며, 화성 등 외계 행성의 대기 속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역대 최대 크기와 성능을 자랑한다. 높이 120m, 최대 직경 9m다. 지난해 11월 발사됐던 NASA의 SLS(블록 1 기준ㆍ98m)는 물론 그동안 역대 최대였던 새턴V(110m)보다도 크다. 추력이나 화물 수송 능력도 으뜸이다. 지구저궤도(LEO)에 최대 150t의 화물을 실어 나르고 추력은 7590t에 달한다. 기존 최강자 SLS(화물 105tㆍ추력 약 4000t) 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를 위해 스타십은 1단부 추진 로켓에 33개ㆍ2단부 선체에 6개의 강력한 랩터 엔진(추력 230t)을 사용했다. 1단 추진 로켓은 '슈퍼헤비 부스터7'(길이 70m), 2단 선체는 '십24(Ship24)'(길이 50m)로 부른다.
무엇보다 과학자들은 최대 8m 크기에 총 150t의 화물을 지구저궤도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위성ㆍ우주망원경ㆍ우주정거장 등의 발사 비용을 최대한 낮춰줄 수 있다. 이미 스페이스X는 재활용 가능 로켓 팰컨9·팰컨 헤비를 통해 1kg 발사 비용을 2000달러대로 크게 낮춰 전세계 발사체 시장을 휩쓸고 있다. 특히 최대 8m 크기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것은 획기적이다. 2021년 1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발사 때 직경 6.5m의 JWST를 화물칸 넓이(4.6m)에 맞추기 위해 반으로 접도록 설계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었던 현실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십을 이용하면 한 번에 우주 탐사를 위한 대형 우주 망원경이나 위성 등을 몇 개씩 싣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배치하거나 무게 걱정 없이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우주 망원경을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스타십은 본격적인 화성 개척을 위해 향후 진행될 탐사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화성 지표면 밑에 묻혀 있을 얼음을 탐사해 지도화하거나 화성 생명체 존재 증거를 찾기 위해 설계된 장비를 실어 나르게 된다. 특히 현재 NASA와 유럽우주청(ESA)이 화성 샘플 회수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수년간에 걸친 복잡한 단계의 프로그램을 단 한 번의 왕복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성 개척에 앞서 먼저 달 탐사에 적극 활용된다. NASA는 2025년 이후 예정된 달 착륙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3호 발사에 스타십을 쓰기로 돼 있다. 자체 개발한 SLS를 1단부로 하고 그 위에 스타십 상단부 우주선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NASA는 SLS의 추력으로 지구 중력권을 벗어난 후 스타십 우주선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연료를 재충전, 착륙 탐사를 마친 우주인들을 태우고 지구에 귀환한다.
머스크는 2015년 화성 이주 계획 공표한 후 2017년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이를 위한 운송 수단인 행성간 운송시스템(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재활용 가능하며 최대 150t을 수송할 수 있는 BFR(Big Falcon Rocket)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7월 슈퍼헤비 부스터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2021년 3월에도 스타십 프로토타입 'SN11'이 착륙 도중 폭발하는 등 수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액체 메탄 로켓이 대기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면서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개발이 지연되면서 스타십의 첫 궤도 시험 비행도 당초 지난해 5월로 예정됐지만 계속 미뤄지다 최근에서야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4월로 잡히는 등 난항을 겪었다. 머스크는 2021년 11월 스타십의 랩터 엔진 완성이 늦어지자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파산을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