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목성과 주변 위성들에 대한 인류의 본격 탐사가 시작된다.
유럽우주청(ESA)은 13일 오전 8시15분(미국 동부시간) 이후 프랑스령 기아나 쿠오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5 발사체를 이용해 목성 위성 탐사선 '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무려 8년간 비행을 거쳐 2031년 지구에서 7억1500만km 떨어진 목성계에 도착, 유로파(Europa)·칼리스토(Callisto) 위성을 방문한 후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Ganymede)를 공전하는 등 약 2년간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류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위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최초의 사례다.
특히 목성계까지 무려 8년이나 비행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파이오니아 10호(640일), 파이오니아 11호(606일), 갈릴레이(6년) 등 이전에 목성을 방문했던 다른 탐사선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현재 지구와 목성 간 거리가 비교적 먼 시기인데다 ESA가 목성으로 직접 가는 경로를 택하지 않고 태양 궤도를 돌면서 달과 지구, 금성(Venus) 등의 중력을 이용해 목성 궤도로 진입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칼리스토, 가니메데, 유로파 등 3개 위성을 상대로 얼어붙은 표면 아래에 실제로 바다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탐사선과 우주망원경ㆍ지상천문대 등의 관측 결과 이들 3개 위성은 두꺼운 얼음 표면 밑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바다가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풍부한 물을 머금고 있지만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 온도가 낮기 때문에 표면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유로파 위성의 경우 허블 우주망원경이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처럼 갈라진 얼음 사이로 물이 우주로 분출하는 간헐천이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같은 간헐천의 존재는 이들 위성의 내부에 열원이 존재하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단 과학자들은 JUICE 탐사선이 외계 생명체를 찾거나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착륙 탐사선을 따로 동행하지 않아 수백마일 상공의 궤도에서 위성들에 존재할 수 있는 바다의 깊이를 재거나 화학 성분을 측정하는 등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 항공우주국(NASA)이 내년 유로파 위성 착륙 탐사선인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발사할 예정이다. 유로파 클리퍼는 얼음 굴착 탐사를 통해 바닷속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흔적(바이오마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년 중 발사돼 JUICE 탐사선보다 1년 앞선 2030년께 유로파 위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JUICE 탐사선은 10개의 과학 장비를 통해 목성 위성들의 바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예컨대 얼음 두께가 최대 150km로 예상되는 가니메데 위성의 바닷물의 화학적 구성 성분과 자기장을 측정한다. 가니메데는 수성급 크기의 거대한 위성으로 그동안 관측 결과 자기장의 세기가 약해 바닷물 속에 소금 등 영양분의 양이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JUICE 탐사선은 자기장 검출기를 통해 이같은 가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
ESA 관계자는 "JUICE 탐사선은 목성 위성들에게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미래 임무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지구 해저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처럼 우리는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며 (JUICE 탐사선이) 찾아내는 것들과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이처럼 목성의 위성들을 정밀 탐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운영된 NASA의 갈릴레이 탐사선과 2016년부터 이를 대체한 Juno 탐사선은 목성 자체에만 집중했다. 1970년대 발사된 파이오니어 10ㆍ11호나 보이저1ㆍ2호, 토성 탐사선 카시니,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호 등도 목성계를 찾긴 했지만 지나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