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국내 배터리·태양광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만해도 이익을 볼 수 있다. 차세대 산업의 제조 시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 만든 막대한 보조금 조항이 올해 1분기부터 본격 발동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당초 증권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48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은 영업이익 6332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1분기만 보면 삼성전자(6000억원)보다 높다.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은 실적의 배경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첨단제조 세액공제(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AMPC)' 조항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1003억원을 반영했다고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8000억원, 내년 1조7000억원, 2025년 3조3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대신증권)
AMPC는 IRA내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관련 제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게 만드는 핵심 조항이다.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모듈은 1㎾h당 45달러(약 5만9400원) 보조금을 받는다. 태양광 모듈은 1㎾당 70달러(약 9만2400원)다. 제품 판매 수익금을 제하더라도 국내 배터리·태양광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보조금 수혜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보조금은 판매 시 세액 일부를 감면하는 게 아닌 직접 금액을 지급하는 '다이렉트 페이'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AMPC 세부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급 형식과 기준, 금액 한도 등을 미세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세부안은 올해 6월 이후 구체화할 예정이다. 세액공제율은 2030년 이후 점차 줄어 2033년에는 세액공제 조항은 없어지게 된다.
미국 내에서 생산을 시작한 SK온(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과 한화솔루션(큐셀 부문)도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올해 7000억원, 2024년 8300억원, 2025년 2조7000억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자 상태인 SK온은 AMPC 혜택으로 흑자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SK온의 흑자전환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삼성SDI역시 2025년부터 미국 공장을 가동하면서 AMPC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고 있는 한화큐셀도 수혜 대상이다. 한화큐셀은 올해 1100억원, 내년 1500억원, 2025년 74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을 전망이다.
AMPC는 차세대 산업의 완성 제품 뿐만 아니라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배터리 양극재·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전극활물질의 경우, 미국 내 생산 비용의 10%를 세액공제한다. 분리막, 전해질, 동박 등 다른 부품·소재가 AMPC에 포함될 지 여부는 세부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은 ㎏당 3달러, 웨이퍼 생산기업은 ㎡당 12달러 혜택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