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난리인데 도지사는 골프에 술판…여론 뭇매

김영환·김진태 도지사, 재난상황 부적절처신

전국 곳곳에서 봄철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일부 도지사들이 술판을 벌이거나 골프를 하는 등 재난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소방 책임자인 도지사들의 직분을 망각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지난주 강원도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속출했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화천 산불은 약 18시간 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 95배에 이르는 산림 68㏊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37분쯤 원주시 봉산동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났다. 공장에서 난 불은 인근 야산으로 번졌는데, 1시간20여분 만에 진화됐다. 같은 날 오후 3시 37분쯤 강원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 휴양림 옆 산 정상부에서도 산불이 났다. 산림·소방 당국은 헬기 4대와 진화대원 등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2시간여만에 주불을 잡았다.

하지만 이날 소방 책임자인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강원도청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쯤 춘천 지역의 한 골프연습장을 찾아 30분가량 골프 연습을 했다. 당시 김 지사는 속초에서 식목일 행사 등의 일정을 소화한 후 도청이 아닌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 지사 측은 "산불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인 것을 인정한다"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10월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도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제천 산불 당시 술판을 벌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30분 김 지사가 한 지역 청년 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는데, 탁자 위 각종 술병과 함께 얼굴이 붉어진 김 지사의 모습이 담겼다.

당시 제천 봉양읍에서는 산불 진화 작업이 한창이었고 산림 당국은 산불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상태였다. 산불이 번지면서 위험이 커지자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산불은 축구장 면적 30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고서야 완전히 꺼졌다.

논란이 일자 충청북도는 1일 "산불 대응 매뉴얼에 따라 피해면적 30㏊ 이하 1단계 지휘권자는 시·군·구청장이고, 시·도지사는 피해면적 100㏊ 이상 대형 산불을 지휘한다"며 "도는 당일 제천 산불이 안정화하는 단계로 판단해 (지사의) 현장 방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김 지사 측은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재난 대응에 있어 도지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한 만큼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일 성명을 통해 "지휘권자가 시·군·구청장이더라도 지사로서 더 적극적으로 재난에 대처했어야 했다"며 "지사가 술자리에서 즐거워할 때 제천지역 주민들은 산불 진행 상황을 보며 숨죽이고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1일 통해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조직 운영과 일부 지휘권은 여전히 도지사에게 있다"며 "소방 지휘권과 광역단체장이라는 직책은 그 지역 국민들께서 주신 것이다. 김 지사는 도민들께서 불안에 떨고 있는데 술판을 벌였다는 말이냐"고 일갈했다.

이슈1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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