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전두환 일가 비리 폭로로 주목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우원씨가 28일 새벽 귀국한다. 전씨의 귀국 후 첫 행선지는 광주다. 전 전 대통령을 '학살자'로 규정하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해 거듭 사과했던 전씨는 5·18 희생자 유족을 찾아 직접 사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씨와 5·18 단체의 만남이 성사되면, 전두환 일가에서 나온 첫 사과가 된다.
전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7일 0시50분 미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JFK) 공항에서 출국해 28일 오전 5시20분 도착하는 항공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가서 감옥에 갈지 무슨 일이 생길지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도 "일단 한국 들어가고 제가 정부 기관에 의해 어디 바로 안 잡혀들어간다면, 짐만 풀고 5·18기념문화센터에 들러서 유가족분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전두환 일가에서는 그간 5·18 민주화운동 시기 발생했던 광주 학살과 관련해 공개 사과한 적이 없다. 앞서 2013년 9월1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추징금 환수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하긴 했으나 5·18 사과는 제외됐다. 당시 미납 추징금 문제로 검찰의 전방위적 압박이 지속되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추징금 미납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메시지에 그쳤다
유족 역시 전 전 대통령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순자 여사는 2017년 3월 출간한 책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12·12, 5·17, 5·18에 대한 편집증적 오해와 정략적인 역사 왜곡 앞에서 나는 몇 번이고 전율했다"거나 "우리 부부도 희생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광주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전 전 대통령 역시 죽기 전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반성은커녕 회고록에서 북한군 개입과 계엄군의 헬기 사격 부인 등을 주장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전 전 대통령은 사후에도 5·18 단체의 비판이 이어졌다. 전 전 대통령의 사망 직후인 2021년 11월23일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는 자신이 5·18과 무관하다며 구차한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왔다"며 "계속되는 거짓말과 왜곡으로 국민과 사법부를 기망하고 반성과 사죄는 커녕 5·18 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며 역겨운 삶을 살았다"고 비판했다.
전두환 일가와 달리 광주학살의 또다른 주범으로 꼽히는 노태우 일가에선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사죄를 전한 바 있다. 장남 노재헌씨는 2019년 8월23일 장남 노재헌씨가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며 사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노씨는 여러차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부친의 과오를 사과했다. 노씨는 202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이제 됐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무릎을 꿇을 것이고, 정치에는 단 1%의 뜻도 존재하지 않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장녀 노소영씨의 경우 2019년 12월 광주를 찾거나 전남대병원에 성금을 기탁하는 등 참회 행보를 보였다. 다만 사과 표명을 하지는 않았다.
당사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생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직접 사과하지 않았으나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유족들이 공개한 유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지난 1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다량 복용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전씨의 마약 투약과 관련한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당장 조사나 신병 확보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