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금융지주 사외이사 연임 제동

'장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
하나금융서는 8년간 사외이사 맡은 이도 있어

국민연금이 금융지주사들의 '장수' 사외이사 연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간 감시 의무에 소홀하는 등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전날 제4차위원회를 열고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등의 올해 첫 주주총회 안건 중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지분을 각각 7.94%, 8.78% 보유한 최대주주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은 6.84% 보유해 우리사주조합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지주의 주총 안건 중 정찬형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감시의무가 소홀했다는 이유다. 정 씨는 2018년부터 4년간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신규 선임에 대해서도 이해관계 충돌 우려로 반대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김홍진·허윤·이정원·양동훈 각 사외이사 재선임의 건 및 허윤 감사위원 재선임도 반대하기로 한 것이다. 역시 감시 의무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허윤 이사는 사외이사 임기만 8년(하나은행 3년·하나금융지주 5년)째 맡고 있는 금융지주 내 최장수 사외이사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계열사에서 최대 9년까지 사외이사를 할 수 있다. 법이 정한 재직 연한을 가득 채우려는 시도에 국민연금이 반대한 것이다. 그 밖에 국민연금이 반대한 김홍진, 양동훈, 이정원 사외이사도 모두 5년째 하나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이들이다.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다만 다소 결이 다르다. 임경종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노동조합 추천 임원의 선임이 전체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지 의문이 있다는 등 이유로 ‘반대’한 것이다. 그 밖에 대표이사의 자격 기준을 과다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는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결정했지만 장수 사외이사들의 연임이 중단될지는 미지수다. 최대주주지만 단독으로 안건을 의결시킬 정도의 지분은 없기 때문이다. 세 금융지주사의 올해 첫 주주총회는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다.

경제금융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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