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중국 난징의 한 사찰에 일본 전통 복장인 '기모노' 차림으로 방문한 여성 사진이 퍼지면서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들끓고 있다. 난징은 1937년 일본군이 중국인을 학살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21일(현지시간) 중국 매체 '지무뉴스'에 따르면, 최근 난징시 외곽 사찰인 계명사에서 기모노 복장을 한 여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공개됐다. 사진 속 여성은 양산을 들고 서 있으며, 만개한 벚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매체에 따르면 계명사는 난징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 하나로, 매년 봄 벚꽃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린다. 사진 속 여성은 20대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촬영 당시 현장에선 여성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주민은 관할 경찰서에 이 여성을 신고하기도 했는데, 실제 경찰 관계자는 '지무뉴스'에 "누군가가 기모노를 입고 계명사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신고 내용을 접수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성은 이에 대꾸하지 않고 촬영을 이어갔다고 한다.
사진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난징인데 부끄럽지도 않나", "일본인이 중국인을 대학살 한 현장에 일본 전통 복장을 하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일본이 좋으면 일본에 가라" 등 날 선 댓글이 이어졌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일본 음식, 자동차, 영화 등 문화 소비도 하지 말란 거냐"라며 여성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국인이 여성의 사진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촬영 장소가 난징 계명사였기 때문이다. 계명사는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군의 통신책으로 사용됐던 장소다.
또 난징은 일본군이 항복한 중국군과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고, 방화·성폭행 등 각종 전쟁 범죄를 저지른 '난징 대학살' 사건이 벌어진 도시이기도 하다.
1937년 말 난징에서 패배한 중국군은 일본군에 항복했으나, 당시 난징에 주둔했던 일본군은 이듬해 1월까지 약 6주에 걸쳐 민간인과 군인을 학살했다. 정확한 인명 살상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숫자는 3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중국 사회에서 난징 대학살은 트라우마에 가까운 기억이다. 2014년부터 매년 12월13일을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2009년에는 난징 대학살 당시 일본 제국의 전쟁 범죄를 다룬 중국 영화 '난징난징'이 제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