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올해 부과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에 적용되는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이 대폭 하락한 영향으로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보유 비용 부담이 줄면서 기존 주택 보유자의 매물 출회 압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종적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감소할지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 폭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에 의뢰해 국토교통부가 22일 발표한 공시가격을 적용해 계산해본 결과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지난해 412만원의 보유세를 냈지만, 올해는 세 부담액이 252만원으로 38%가량 줄어든다. 최근 집값이 내려가면서 공시가격이 13억8200만원에서 10억9400만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더구나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1가구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인상되면서 해당 단지를 소유한 집주인은 지난해 73만원의 종부세를 냈다면 올해는 아예 납부 대상이 아니다. 재산세만 내면 되는 것이다.
강동구 래미안 고덕 힐스테이트 84㎡를 보유한 사람의 보유세는 지난해 313만원에서 올해 180만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이 단지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2억600만원에서 올해 8억54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종부세 부담이 사라지고 재산세만 납부하면 된다.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포자이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액은 지난해 1386만원에서 올해 882만원으로 36%가량 줄어든다. 해당 단지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26억500만원이었으나 올해 22억46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680만원 종부세를 냈던 1주택자는 올해는 284만원 내면 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15억1700만원으로 지난해(22억6600만원)보다 49% 감소한 영향으로 납부해야 할 보유세도 1050만원에서 438만원으로 58% 줄어들게 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84㎡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지난해 833만원에서 올해는 451만원으로 4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데에는 집값 하락세 영향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한데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1가구1주택자의 경우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1인당 공제액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주택 부부 공동명의도 12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오르면서 종부세 대상자 자체도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호가를 낮춰 급히 처분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는 매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에 하락 기대심리가 여전해 집값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은 낮으며, 기존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줄여 매물 출회 압박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부부 공동명의를 통한 ‘똘똘한 한 채’ 흐름이 유지될 수 있으나 비강남 2주택 보유자의 경우 종부세 부담 때문에 주택 수를 줄이는 현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시가격 하락 등 보유세 경감으로 인한 주택 거래량 평년 회복이나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집값 호황기와 비교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구매환경이 악화했고 주택보유에 따른 세금부담이 낮아지며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매도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 폭이 세 부담 완화 수준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함 랩장은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60∼100% 사이에서 공정시장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데, 올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세수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시장가액을 60%에서 80%로 되돌리는 방향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안은 올 상반기에, 재산세 공정가액비율 조정 폭은 내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