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EU 핵심원자재법 차별조항 없다'지만…배터리업계 예의주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연합(EU)이 공개한 핵심원자재법·탄소중립산업법 초안에 대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달리 차별적인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17일 산업부는 핵심원자재법 초안은 EU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이나 원자재 현지 조달 요구를 담지 않고 있고, 탄소중립산업법도 EU 역내 기업과 수출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위기·기회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 주 기업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3국 수입 65% 미만"

산업부는 두 법안이 EU 집행위원회 초안인 만큼 향후 유럽의회·각료이사회 협의를 거쳐야 해 입법 과정에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EU 집행위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핵심원자재법은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EU의 전략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특정한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 토대로 EU는 역내 대기업 중 전략 원자재를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0년까지 EU 원자재 소비량의 10% 역내 채굴, 40% 가공, 15% 재활용을 목표로 회원국이 오염물질 수집·재활용 관련 조치를 마련할 것을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조항은 폴란드, 헝가리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산업부는 일단 역내외 기업을 차별하는 조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EU가 함께 초안을 공개한 탄소중립산업법에는 태양광·배터리·탄소포집 및 저장 등 8가지를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로 규정하고 관련 산업의 역내 제조 역량을 2030년까지 40%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EU는 탄소중립 기술 관련 역내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허가 기간이 최대 18개월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EU 내에서 관련 공공조달 입찰을 심사할 때 특정국 부품 의존도 65% 초과 여부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차별 없다지만 '유럽판 IRA'

산업부는 차별 조항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초안의 '핵심 원자재 모니터링과 공급망별 스트레스 테스트' 조항에는 대기업에 대해 핵심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감사 대상은 직원이 500명 이상이고 연간 매출 1억5000만유로, 우리 돈 2100억원 이상인 기업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주요 대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U가 대기업을 상대로 수시로 공급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경우 핵심 원자재의 중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경우 지난해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도 95.3%에 달한다.

정부는 법안의 업종별 영향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 여부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수립해 우리 기업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EU 당국과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그간 EU에 핵심원자재법이 역내와 역외 기업에 투자·인허가·인센티브를 차등 적용하지 않아야 하고, 현행 노동·환경 규범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산업부는 EU의 법안 발표에 앞서 작년 10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민관합동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경제금융부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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