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최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4층의 법정. 아동학대중상해 및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피고인 김모씨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에 따르면, 무직이던 김씨는 2022년 서울 강동구 주거지에서 4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만 양육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양육방식 차이로 갈등이 생겼고, 일자리까지 구해지지 않자 아이가 분풀이 대상이 됐다.
김씨는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엎드려 뻗쳐를 시키거나, 장난감 발판으로 폭행하는 등 상습 학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큰 소리가 나면 학대 신고가 들어올 수 있다'며 아이를 방에 데려가 체벌했고, 상처가 나자 모자를 씌워 가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는 아버지의 폭행 탓에 자면서 헛소리를 하고 신장에 이상이 생기는 등 건강이 악화했다.
지난해 4월 말 또 다시 폭행이 이어졌고, 아이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아내가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김씨는 아동학대 신고가 두렵다는 이유로 이를 제지했다. 김씨가 인터넷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을 검색하는 등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아이는 마지막 학대로부터 만 하루 이상이 지나서야 병원에 옮겨졌다. 당시 아이는 전신에 멍이 들어 있었다. 이름을 불러도 눈을 뜨지 못하고 통증에 반응하는 정도의 희미한 의식만 있었다. 아이는 20일 이상 중환자실에서 치료 및 혈액투석을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 측은 "어린 나이에 결혼해 피해아동을 키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아동관련기관 3년간 취업제한명령 등도 함께였다.
1심 재판부는 "만 4세에 불과한 피해아동이 친부인 피고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학대당하며 겪었을 공포와 아픔이 얼마나 극심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만 하고 있는 정황 등을 종합하면,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해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피해아동의 만성질환 진행 위험도가 유의미 하게 높다고 하고, 정신적 외상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김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 법정에서 변호인은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아내와 관계를 회복하려다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이라며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고인과 피고인 모친이 아동의 피해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판사는 "현재 아이가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친조부모가 면담을 한 내역 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피고인의 모친인 아이 친할머니가 (시설에서) 아이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아동학대 상황이고 친부모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사는 "조부모도 만나기 어렵다 하던가"라고 되물었고, 변호인은 "그렇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내달 5일 한차례 더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아이는 병원 치료 이후 위험한 고비를 넘겨 현재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