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가상화폐 시장으로 불똥번지나...스테이블 코인 급락

USDC, 1달러 밑으로 가격 하락
가상화폐 매도로 뱅크런 사태 우려
2008년 리저브 프라이머리 사태 연상

실리콘밸리은행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까지 혼란이 번지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에서 안전한 상품으로 꼽히던 스테이블 코인이 이번 사태 여파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SVB발 악재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SVB에 준비금 일부가 묶인 스테이블코인 USDC는 11일(현지시각) 장중 한때 0.86달러까지 하락하면서 달러와의 페깅이 깨졌다. USDC는 테더(USDT)에 이어 두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스테이블 코인으로, 미국 달러화와 연동해 1코인에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돼있다. USDC는 13일 한국시간으로 오전 9시44분 기준으로는 1코인당 0.98달러에 거래되며 0.9달러 선을 방어하고 있다.

USDC의 가격은 코인의 발행사인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이 SVB에 자금이 묶여있다고 발표한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서클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전체 준비금 400억달러(53조원) 중 8%에 달하는 33억달러가 SVB에 있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USDC를 팔아치우려는 움직임이 거세시면서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혼란이 일고 있다. 투자자들이 잇따라 USDC를 테더로 교환하고 나서면서 수요가 커진 테더는 1달러 위로 가격이 올랐다. 반면 시가총액이 50억달러에 달하는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는 지난 11일 0.9달러까지 하락하면서 1달러 페깅이 무너졌다.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10일 기준 2만달러 선을 밑으로 하락하면서 1월 중순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USDC코인을 대거 내다팔면서 가상화폐 매도세가 거세질 경우 결국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사태까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가상화폐 시장은 SVB의 파산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부터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의 청산과 미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발언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던 상황이다. 여기에 SVB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2008년 세계금융 위기 당시 불거졌던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Reserve Primary Fund) 환매 사건과 겹쳐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어음에 투자했던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자 투자자들의 빗발치는 환매요구에 맞딱뜨렸다. 해당 펀드는 순자산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청산됐다. 그간 머니마켓펀드(MMF)는 위험도가 낮은 상품으로 여겨졌기에 이 사건은 신용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

WSJ은 "1달러 페깅이 깨졌다는 것은 FTX의 파산 이후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며 "USDC 코인의 가치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지던 최악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밝혔다.

국제1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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