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파산직전 지분매각 논란 휩싸인 SVB 대표, 그렉 베커

SVB 상징적 인물의 신뢰 추락
일각에서 '제2의 리먼사태' 우려도

그렉 베커 실리콘밸리은행(SVB)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혁신분야를 전담하는 은행의 CEO.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임무는 혁신적인 고객들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도록 돕는 것"

링크드인(Linked in)에 올라가있는 SVB의 수장 그렉 베커(Greg Becker) 최고경영자(CEO)의 프로필이 새삼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이던 SVB가 파산 신청을 하기 불과 11일 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베커 CEO가 SVB 모기업인 SVB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를 매각해 ‘내부자 거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 한달 전 금융 당국에 보고한 거래였다지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베커 CEO는 파산 소식이 퍼지기 이틀 전인 지난 9일, 고객들에게 은행이 안전하다고 전화를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벤처캐피털(VC) 투자자를 포함해 은행 주요 고객들에게 "지난 40년간 은행이 고객에게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엔 고객이 은행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SVB의 주요 투자자들과 고객들이 그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더욱 큰 배신감을 느낀 이유는 베커 CEO가 SVB에 30년이나 몸담은, 이 은행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 입사 이후 2011년부터 CEO를 맡아 12년간 SVB를 이끌어왔다.

그는 금융업계에서도 주요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해왔다. 미 경제 잡지 워스매거진이 2015년과 2016년 발표한 ‘세계 금융 유력 인사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이사회 멤버에도 포함돼 주목받았다. 연은 이사직은 파산 신청 직전인 지난 10일 사임했다.

SVB의 파산과 지분매각으로 베커 CEO는 이제 금융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은 기업인으로 전락했다. 미 의회에서는 베커 CEO가 지분 매각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미 정부가 직접 나서서 ‘뱅크런(Bank run)’을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 속에 사태가 점차 확대될 경우 제2의 리먼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2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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