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현대인의 가장 치명적 질병은 암이다. 그런데 향후 30년간 암으로 인해 전 세계 각국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약 25조2000억달러(약 3경318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기간 연간 전 세계 내국세 규모와 비슷하고 최대 경제국인 중국의 총수출액보다 훨씬 더 많다.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JAMA 종양학(Oncology)'은 지난달 독일 하이델베르크 국제보건연구소 연구팀이 전 세계 204개국에서 29개 종류의 암에 대해 2020년부터 2050년까지 30년간 치러야 할 경제적 비용 분석을 통해 이같이 예측한 논문을 게재했다.
기도 및 기관지, 폐 등 호흡기 암이 이중 약 15.4%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돼 '가장 비싼 암'으로 분석됐다. 이어 결장암ㆍ직장암이 10.9%, 유방암 7.7%, 간암(6.5%), 혈액암(백혈병) 6.5%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5대 암의 총비용 부담 규모는 2050년까지 약 12조 달러(약 1경 5800조원)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전에도 전 세계적인 암 치료 비용이 추산된 적은 있지만 이번 연구는 개별 암이 유발하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암으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에 대한 경제ㆍ보건 데이터를 수집했고 국가별ㆍ암 유형별 데이터를 세분화해 미래 비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모델링했다. 특히 연구팀은 암 치료에 따른 직접적 비용 외에도 진단 후 치료 과정에서 저축을 중단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등 간접적인 경제 효과도 계산해 넣었다. 이 결과 전 세계 보건 당국들이 암 연구ㆍ예방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향후 30년간 세계 경제 전체에 25조2000억달러의 의료 비용과 노동력 손실, 저축 감소 등의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세계 최대 경제국인 중국이 연간 수출하는 모든 상품ㆍ서비스의 총액보다 훨씬 많으며, 향후 30년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거둘 내국세 연간 총액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4분의 3이 중국과 같은 중ㆍ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지만, 고소득 국가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암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절반 이상이 미국 등 고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아 전 세계 암 사망자 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미국은 의료 기술이 발달해 사망자 수는 적지만 고가의 의료 비용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암 종류별로 지역별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사하라 사막 남부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초래한다. 반면 고소득 국가들은 폐암 등 인구 고령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암으로 인한 경제적 지출이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중국처럼 폐암이 흔한 국가에선 정책 당국자들이 금연 정책 시행을 할 경우 사망자를 줄이고 경제적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접종이나 정기적 암 검진과 같은 예방 노력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암 질환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