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드김'에 쌍특검 급물살 탔나…정의당 김건희 특검, 왜?

민주 "소극적 태도서 적극적으로 변한 것"
정의 "입장 바뀐 거 없어…檢 수사 미진해 계획대로 할 뿐"
시대전환 조정훈 "민주당이 '힘없는 이웃'(정의당) 끌어들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쌍특검'이 3월 임시국회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의당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당은 그동안 50억 클럽 특검 추진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같은 입장이었지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일 50억 클럽 특검과 관련해 각 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가진 이후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법' 발의에 나섰는데, 정당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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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을 것" 김건희 특검, 적극 대응으로

8일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서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방향을 튼 이유에 대해 "원래도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6일 대검찰청 항의 방문에서) 그것(검찰의 수사 의지)을 확인한 뒤에 '더 이상 김건희 특검을 미룰 수가 없겠구나'라고 해서 김건희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입장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소극적 찬성'에서 '적극적 찬성'이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그동안 김 여사의 특검과 관련해 '검찰 수사 결과를 본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함께 김건희 특검으로 쌍특검을 주장하는 민주당과는 다른 결을 보여왔다. 그러다 전날 김건희 특검법을 직접 발의하겠다고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에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자는)그런 소극적인 입장이 나가자 정의당은 당원들도 지도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어라 하고, 언론 보도에 의하면 탈당 러시가 있었다고 해서 정의당 지도부도 부담스러워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으로는 대검에 항의 방문을 하러 가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철저하게, 독립적·객관적으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가서 보니까 수사 의지가 전혀 없더라는 거다"라면서 이후 정의당이 입장을 밝힌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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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정의당도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 애당초 같은 입장이었으며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정의당 "입장 바꾼 거 아냐 …수사 미진 시 국회로" 원칙대로 대응했을 뿐

이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민주당 쌍특검 주장에 정의당이 동의하지 않다가 입장을 바꾼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정의당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12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재판 이후 (검찰에)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2월까지는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제 정의당 의원단 6명 전원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우리가 촉구했던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더니, 결과적으로 대검에서는 수사 계획도 의지도 없었다"며 "정의당이 얘기해왔던대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이 문제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약속드렸기 떄문에 특검으로 가져와야되겠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희들 계획대로 진행이 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검찰 수사 미진 시 국회서 처리'라는 당초 정의당이 세운 원칙에 의해 이번 김건희 특검법 발의도 진행된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설명에도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에 있어서만큼은 민주당과 달리 '제 목소리'를 내는 듯 했다가 입장을 바꿨다는 시각이 여전히 나온다.

"민주당의 사탕발림에 넘어갔다"

이날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정의당이 민주당의 '꼬드김'에 넘어갔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양당을 비판했다.

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웃 정당 그만 좀 꼬드깁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어떤 사탕을 약속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탕 받아먹으면 이 썩는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의당의 대검 방문에 이은 특검법 발의.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라며 "민주당의 방식 그대로다. 대선과 지선 민생을 외치던 정의당은 어디 가고 정쟁을 위한 정의당만 남았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번 이정미 대표를 만나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진보 진영 전체를 침몰시킬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바라건대 정의당이 사탕발림에 속지 말고 민생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특검법 발의에 대해서는 '아류 특검법'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정치적 선명성은 '아류 특검법'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 하루하루 퍽퍽한 삶을 살고 계신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이를 악물고 민생정치를 지켜낼 때 생긴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대선 이후 특검·해임·탄핵 주장 말고는 하는 일 없이 그저 이재명 대표 방탄에만 몰두하는 패거리 정치에 국민들은 속이 터진다"며 "게다가 왜 순진하고 힘없는 이웃 정당까지 끌어들여 분열의 씨앗만 키우는지 모를 일"이라고 쏘아댔다.

그러면서 "나쁜 짓은 힘없는 이웃과 함께한다고 좋은 일이 되지 않는다"며 "말로만 민생, 민생 외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 좀 하자"고 강조했다.

정치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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