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기고 떠난 순금 130돈… 세상에 기부한 가난한 남편

대구 손전헌 씨, ‘부부 나눔리더’ 올려

“아내의 소중한 유산 좋은 데 써달라”

“사별한 아내가 남긴 금을 기부하고 싶은데요.”

지난 2월 말 대구시공동모금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긴 금을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는 손전헌 씨의 전화였다.

사무실을 방문한 손 씨가 건넨 건 10돈짜리 순금 13개였다. 그의 아내 김현화 씨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혼자 남겨진 손 씨를 위해 평생 모아온 금을 건네며 “생활이 곤궁할 때 하나씩 팔아서 생계에 보태어 쓰라”는 말을 함께 남겼다.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남편을 위한 아내의 사랑이었다.

손전헌(오른쪽) 씨가 강주현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처장과함께 감사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힘든 손 씨는 차마 유산으로 남긴 금을 팔아서 쓸 수 없었다. 병상에서도 치료비를 걱정하며 혼자 남겨질 남편을 걱정하던 아내 생각에 눈물만 늘어갔다. 금을 두고 고민하던 그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현금으로 3800여만원에 이른다.

손전헌 씨와 故 김현화 씨 부부는 대구공동모금회 98, 99호 부부 나눔리더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손 씨는 “죽기 전까지 혼자 남겨질 나를 걱정하며 치료비를 아끼느라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떠난 아내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아내가 남긴 소중한 유산이 좋은 일에 쓰여 하늘에서 아내가 기뻐하길 바란다”고 했다.

강주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돌아가신 부인이 남긴 유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결심이 가슴에 큰 울림을 준다”며 “고귀한 성금이 어려운 이웃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남팀 영남취재본부 구대선 기자 k586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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