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바뀐 안철수?…대통령실에 날 세운 까닭

친윤에 눌리고, 반윤에 치이던 安
"대통령실 공정하지 않아" 작심 비판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행보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거진 대통령실 개입 논란을 직접 거론하며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비대위·선관위 모두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저만의 피해의식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에도 겸허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손가락 메모'. '경선X/총선승리', '윤힘', '화합'이라고 쓰여있다.

안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대통령실의 부당한 개입에 맞서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원이 대통령과 당 대표가 갈등 빚는 것을 우려를 했고, 당 내분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모두가 총선 승리보다 전당대회 승리만 생각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강하게 맞서지 않아 실망한 분들께 제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총선 승리만 할 수 있다면 저는 국민의힘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 그 마음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잘못된 표현'이라고 못 박았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에 대해서도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했을 때를 놓고 보면 역사적 사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안 의원은 대통령실이 '윤-안 연대' 표현을 비판하자,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때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이 단일화한 사실만 놓고 보면 연대란 표현이 틀린 게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다만 "대통령과 (내가) 동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170V 캠프 출정식'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안 의원이 인제 와서 대통령실 개입을 문제 삼는 것은 전당대회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여론 조사를 보면 친윤(친윤석열) 후보로 대세론을 형성한 김기현 의원이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안 의원은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결선 진출 가능성이 있지만, 천하람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4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의원은 45.9%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2위인 안 의원은 23.0%, 3위 천 후보는 12.7%를 기록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천 후보는 반윤 표심 결집을 노리고 있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사실상 친윤도 반윤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끼어 있었다.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안 의원이 대통령실 개입 문제를 들고 일어난 건, 지지율 상승의 막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전략이 뜻대로 먹힐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도 안 의원의 태도 변화에 즉각 반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안 의원을 겨냥해 "전당대회에 자꾸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고 여러 번 호소했다"고 한 차례 더 경고했다.

이슈1팀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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