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공격한 공매도 세력…주가 상승에 퇴각

경기 침체로 전기차 수요 부진 전망에 공매도 늘어
테슬라의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분위기 반전

공매도 세력이 2차전지주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주가가 되레 오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크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다. 주가가 오를 경우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입게 된다. 2차전지주는 이미 많이 올랐지만 공매도 세력의 예상과 달리 더 오르자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메꾸기 위해 '쇼트 스퀴즈(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를 감행하면서 주가가 더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코스피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752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4765억원)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에 이어 엘앤에프(2945억원), HLB(956억원), 에코프로(809억원) 순으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았다. 상위 1~4위 모두 2차전지 관련주다.

2차전지주에 공매도 세력이 몰린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다. 실제로 테슬라가 지난해 12월 중국서 생산한 신차 인도량은 5만5796대로 전월(11월)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테슬라가 지난 4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65%가량 폭락했지만, 올 들어서만 25% 넘게 올랐다. 다만 1일(현지시간) 열린 '테슬라데이'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반값 전기차'에 대한 구체적 발표 없이 행사가 마무리되자 이날 나스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3% 하락한 202.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도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2일 에코프로비엠은 장중 최고 17만12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또 한번 경신했다. 에코프로 역시 장중 30만9000원으로 신고가 경신했다. 엘앤에프는 지난 28일 최고 28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한뒤 이날 25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들어 지난 1월4일 42만1000원(장중)에 최저가를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해, 이날 2.29% 오른 53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공매도 세력은 2차전지주의 투심 회복으로 역풍을 맞게 되자 손실을 메꾸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쇼트 스퀴즈'에 나서 주가를 더욱 밀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쇼트 스퀴즈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해당 종목의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말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5076억원으로 한 달 새 7%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시행령이 확정될 경우 본격적인 반등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엘앤에프의 테슬라향 양극재 공급계약 등 대규모 수주계약이 맺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IRA에 따른 수주 모멘텀도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주 주가가 급등하며 시장의 고민이 생겨나고 있으나, IRA 확정 때 미국 내 수주 기대감이 커지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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