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적자 한전, 3月 손실 더 커진다…SMP상한제 종료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이 다음 달 적자 규모가 월평균 수천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3개월간 발전사로부터 시세보다 전기를 90원/㎾h(킬로와트시)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던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이달 말 종료되면서다. 정부는 SMP상한제 재개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민간 발전업계는 "한전의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떠넘기는 꼼수"라고 반발해 재시행 여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말까지 시행한 SMP상한제를 종료한다. SMP상한제는 한전이 전기를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도매가격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제도 시행 시 한전은 상한가격만큼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민간 발전사는 한전이 비용을 절감한 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상한제는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의 1.5배를 넘으면 시행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제도 시행 시 산업부는 SMP 상한선을 ㎾h당 160원 수준으로 제한했다. 지난달 기준 실제 SMP가 ㎾h당 25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한전은 ㎾h당 90원씩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이렇게 한전이 절감한 전력구매 비용은 월평균 7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달 말 SMP상한제가 종료되면서 다음 달 고스란히 적자가 불어난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일부 수정 후 의결하면서 상한제 시행 기간은 3개월을 넘길 수 없고, 1년 뒤 관련 조항 자체가 일몰된다고 명시했다. 즉 한시적으로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SMP상한제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한전은 지난해 총 32조6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에도 월평균 3조원 규모의 적자가 매달 불어나고 있다. 한전이 전력 구매를 위해 발행한 회사채(장기채 기준) 규모는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총 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4000억) 대비 34.1% 증가했다. 지난해 발행한 총 회사채 규모는 31조8000억원으로 SMP상한제를 재시행하지 않을 경우 예상 적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한전채 발행 금리도 장기적으로 부담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전채 3년물 발행금리는 4.123%로 3%대로 하락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4%대로 재진입했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누적액은 7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70조6000억원) 대비 불과 두 달 만에 2조1000억원 늘었다. 회사채를 갚아나가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이다.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최근 난방비 폭탄 사태로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면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서민 부담을 고려해 동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력을 판매하는 민간발전사를 중심으로 SMP상한제 재시행을 반대하는 것도 한전으로선 힘든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신재생에너지·집단에너지 관련 협단체는 SMP가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재산권 제한의 정당한 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근본적인 전기요금 정상화를 시행하지 않으면서 발전사로부터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경제금융부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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