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공직자도…검증 관문으로 떠오른 '학폭'

학폭 허용 않는 사회 분위기
공인 도덕성·자격 검증 기준으로

자녀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뒤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학폭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평가다.

이미 연예계, 스포츠계에서는 학폭 이슈가 수년 전부터 불거지며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학폭이 공적인 자리에서의 자격, 도덕성을 검증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 모습이다.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물러났지만, 자녀 학폭 논란에 대한 비난 여론은 가시지 않고 있다. 2017년 강원도 모 자립형 사립고에 입학한 정 변호사의 아들 정씨는 동급생에게 "돼지 XX" 등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전학 처분까지 받았다.

이후 정씨 측은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패소했다. 피해자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변호사 아들은 2020년 정시모집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폭 자체도 충격이지만, 정부와 관련 기관의 인사 검증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정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용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두차례 인사 검증을 했지만 학폭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자녀와 관련된 문제라 검증이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순신 변호사./연합뉴스

학폭은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화두다. 학폭 피해자의 고통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크게 흥행하면서 대중들에게 학폭 문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연예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학폭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학폭 논란이 불거진 연예인은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활동을 잠정 중단하거나 소속 그룹에서 탈퇴하는 경우도 많았다.

스포츠계도 학폭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2021년 당시 흥국생명 소속 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학창 시절 학폭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왔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두 사람은 결국 한국 프로배구계를 떠났다.

이번 정 변호사 사태는 학폭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한층 엄격해졌음을 보여준다. 학폭이 연예인은 물론 공직자의 자격과 도덕성을 판단하고 검증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임명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공직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 된다"며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슈1팀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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