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탓? 청와대 관람 올들어 월 10만명선으로 '뚝'

올 2월 1~15일 관람객 수 4만8335명
지난해 5월 관람객 약 57만명…계속 하락세
시민들 "재방문 할 만큼 볼거리가 없다"

20일 오후 4시께 방문한 청와대. 월요일인 것을 고려해도 관광지인 청와대는 한산했다. 지난해 5월 첫 개방 후 청와대 앞 광장에서 아이스크림과 풍선을 팔던 사람과 이를 구경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청와대 정문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은 강풍에 쓰러져 있었다. 한 할머니는 안내판을 찾지 못하고 청와대 가는 방향을 물어보려 했지만 물어볼 사람조차 없었다. 오후 5시, 청와대가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자 방한모를 쓴 노인 20여명이 관람을 끝내고 나왔다. 정인석(74)씨는 "다시는 안 온다"며 "들어갈 곳은 없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정원만 전시해놨는데 날 좋아진다고 올 이유가 없다"고 역정을 냈다.

지난 20일 방문한 청와대. 약 20여명의 방문객들이 청와대 인근을 걷고 있었다. 청와대 정문을 알려주는 안내판은 바람에 쓰러져 있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2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 2월1~15일 청와대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4만8335명 수준에 머물렀다. 2월을 절반을 넘긴 시점에 5만명에도 이르지 못하면서 처음으로 방문객 수가 10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람객 수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5월10일 처음 개방하고 22일 동안 57만4380명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사람이 몰려 그 다음 달 평일을 예약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여름인 지난해 8월 22만6604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43만명으로 잠깐 반등했지만 올 1월 10만5292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5월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인근 경복궁과 비교하면 청와대의 인기 하락은 더욱 뚜렷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사람들이 경복궁을 가장 많이 찾은 달은 9월로 133만8722명이 방문했다. 날이 추운 1월에 가장 적었는데 44만6974명으로 9월 대비 3분의 1 수준이었다.

당초 예측치에도 현저히 못 미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청와대 개방 이전에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청와대 개방 시 국내외 관광객 유치 효과는 167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복궁부터 청와대, 북악산에 등반로까지 이어지는 관광수요가 크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 전면 개방과 함께 1조8000억원의 관광 수입과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력 없는 관광지 청와대…'킬러 콘텐츠' 필요해

지난 20일 오후 4시께 방문한 청와대 앞 광장. 지난해 5월과 달리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시민들은 청와대가 관광지로서 큰 매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청와대를 관람한 직장인 전모씨(30)는 "과거 대통령이 살았다는 것 이외 볼거리가 없고 우리가 아는 공원이나 별다를 게 없다"면서 "65세 이상 어르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당일 현장 입장 신청이 안 된다는 점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모씨(43)는 "청와대 자체가 지형적으로 깊숙이 위치해 있고 들어가도 볼 게 없으니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질 않는다"며 "관람 후 저녁 늦게까지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볼 게 없으니 사람들이 재방문할지 모르겠다"면서 "봄, 여름이 돼 날이 풀린다고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람들을 끌어모을 만한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문화재청은 청와대 개방과 관련해 235억12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유인할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다면 예산 낭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군 이현군지리학연구소 대표는 "아직 청와대라는 유적지는 재방문을 할 정도로 뚜렷한 장점을 가지지 못했다"며 "여러 콘텐츠를 개발해 사람들의 재방문을 유도해야 다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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