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건강이 흐트러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매일 가던 등교를 멈추기 때문에 생활패턴이 불규칙하게 변하기 쉽다. 추운 날씨에 집에서 온종일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운동 부족은 곧 소아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아비만은 각종 성인병 위험을 높일뿐더러 한참 자라나야 할 아이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서지영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80~85%가 성인 비만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라며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심근경색, 뇌출혈 등의 성인병이 조기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심하면 어릴 때부터 이러한 성인병 합병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단 성인병뿐 아니라 사춘기가 일찍 나타날 수 있고, 조기에 성장판이 폐쇄돼 결과적으로 천천히 자라나는 아이들보다 최종 성인키가 작을 수도 있다. 몸무게를 지탱하느라 무릎관절이나 척추 등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소아비만을 판정하는 정확한 기준은 확립돼 있지 않지만, 흔히 체질량지수(BMI)를 통해 비만 정도를 평가한다. 체질량 지수가 85~95 백분위 미만이면 과체중, 95 백분위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한다. 같은 연령, 같은 성, 같은 신장의 소아 표준체중보다 20% 이상 더 나가는 경우다.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도 있다. 같은 나이의 정상아보다 체중과 키가 더 크고 골 연령 증가돼 있거나 여자아이는 둔부, 남자는 몸통에 지방이 쌓여 양이 많아지면 팔·다리에 축적되고 심하면 배도 튀어나온다.
아울러 유선 부분의 지방 축적으로 남아의 유방이 커져 있거나 배나 허벅지 부분 피부에 백색 또는 자색의 줄무늬(살 트임)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팔 뒷부분, 허벅지 비만이 흔하고 손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늘며 무릎 밖으로 굴곡된 외반슬(X자 다리)이 나타난다. 목주름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주름이 검게 착색되는 흑색종이 나타나면 당뇨병 위험도가 높으므로 검사가 필요하다.
소아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다. 특정 질병 때문에 발생하는 증후성 비만은 1%도 안 된다. 유전적 요인보다는 달라진 식습관, 생활습관, 비활동적인 가족 성향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평소 비만한 아이의 경우 집에서만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불규칙한 생활패턴과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 이어질 수 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비만한 아이들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아이와 올바른 식습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 교수는 "소아비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아는 어른과 달리 성장을 계속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체중을 줄이는 것을 비만 치료의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일단 체중이 더 늘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위주로 섭취하면서 매일 꾸준히 운동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며 키가 크면서 자연히 비만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