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예약 되면 그게 길일이죠' 웨딩시장, 이미 봄

"마스크 없이 단체사진, 첫 봄"
주요호텔, 1년 예약 90% 이상 마감
이달부터 백화점 웨딩 페어 본격화

웨스틴 조선 서울, '골든 메모리' 웨딩(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i>오는 4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박지은 씨는 지난해 봄을 생각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봄 결혼 계획을 세우고 1년 전부터 예식장을 알아봤지만, 원하는 곳과 날짜를 여유롭게 비교하면서 고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이 예정된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기준, 지난해 봄에 이미 올 상반기 중 가능한 날짜는 1월 1개, 2월 2개, 4월 1개뿐이었다. 박 씨는 "원하는 날짜가 아니라, 원하는 계절이라도 선택하면 다행인 분위기였다"며 "예비 신혼부부 사이에서 '길일은 호텔이 정해주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i>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결혼식장에서 마스크 없이 단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첫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룬 예비 신혼부부들이 본격적인 예식 준비에 나서면서 웨딩 시장은 계절보다 이르게 봄을 맞았다.

호텔 웨딩 올해 '예약 마감'…하객 300명 이상 상담↑

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이미 올해 웨딩 예약을 대부분 완료하고, 내년 예약을 받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일부 음식 및 비용 등을 조율 중인 며칠을 제외하면 올해 웨딩 예약이 사실상 마감됐다. 웨스틴 조선 서울 역시 올해 웨딩은 90% 이상 예약 완료 상태다. 인터컨티넨탈 역시 그랜드, 코엑스 모두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 호텔 측은 "올해 영국 왕실의 웅장함을 모티브로 로열 웨딩 콘셉트를 론칭했는데, 지난해 11월 첫 공개 이후 2개월 만에 올 하반기까지 예약이 90% 이상 완료됐다"고 말했다.

예식 규모도 코로나19 시기 대비 커지고 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지난해 기준 200명 내외 상담과 진행이 주를 이뤘으나 중대형 규모 문의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300명 결혼식 문의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롯데호텔서울 역시 "지난해에는 적은 인원으로 럭셔리하게 진행하는 스몰 웨딩 문의가 많았다면, 올해는 하객 규모가 300명 이상 되는 대규모 결혼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새로운 콘셉트의 크리스탈볼룸(대규모) 웨딩을 선보이는 등 선택지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장식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유색 꽃장식과 웨딩 조명 옵션 등을 더하는 예식 수요가 증가했다"며 "올해 대규모 웨딩 계약률은 90% 이상이고, 내년 상담 역시 한 달 후에 가능할 만큼 웨딩 상담 예약 문의 또한 늘었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서울, '아테네 가든' 웨딩(사진=롯데호텔 제공).

결혼 준비 "준비항목 줄이되, 원하는 건 비싸도 OK"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혼수 트렌드도 변화했다. 불필요한 항목은 과감히 생략하되, 원하는 품목에 힘을 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 웨딩 수요와 매출도 증가 추세다. 롯데백화점 롯데웨딩멤버스의 지난해 신규 회원 수는 직전해 대비 20% 늘었다. 1인당 구매 금액도 30% 증가했다. 매출 중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포인트 늘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백화점들은 봄 웨딩 시즌을 앞두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웨딩 고객맞이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웨딩 페어를 진행한다. 고가 혼수 수요 증가 추세에 올해 웨딩마일리지 추가 적립엔 프라다, 생로랑, 로저비비에 등 명품 브랜드와 샤넬, 디올, 설화수, 에스티로더 등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포함했다. BMW 자동차 구매 시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BMW 에어포트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차별화도 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제휴카드로 가구, 침대 등 생활 장르를 200만~1000만원 이상 결제 시 구매금액의 9.5~14%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에 나선다. 시계·주얼리 구매 고객에게는 5% 상품권을 증정한다. 현대백화점 역시 '더클럽웨딩' 회원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5% 리워드 혜택을 제공한다.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디지털 사이니지 프러포즈 이벤트를 연다. 다음 달 다양한 프로모션과 함께 웨딩페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기간 웨딩을 미룬 예비 신혼부부가 잇따라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유통업계도 혼수 마련 수요 증가에 맞춰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있다"며 "한 채널에서 몰아서 구매할 경우 혜택이 커지는 구조여서, 2~3월 신혼부부 발길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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