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소선거구제로 인한 승자독식과 이로 인한 국론 분열 폐해가 극심합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국민들도 상당수 공감하고 있어요."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선거법 개정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자기 룰을 바꿀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국회의장이 외부에 권위 있는 선거법 개정 자문 위원단을 구성해야 훨씬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 전문가와 정치 원로들이 참여한 자문위원단이 의원마다 복잡다단한 이해의 실타래를 정리하면 선거구 개편 문제가 예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 입성한 이 위원장은 보수당의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서 2차례 내리 당선되며 지역주의 벽을 깬 인물로 손꼽힌다. 선거를 통해 호남에 보수 깃발을 꽂은 국회의원은 이 위원장이 유일하다. 이를 기반으로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대표까지 지냈다. 호남 출신 인사가 보수당의 당대표를 맡으면서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로 출마해 낙선했지만, 18.81%의 득표율로 역대 전남지사 보수정당 최다득표율을 받았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였던 곡성과 순천에선 각각 40.97%, 31.98%의 득표율을 얻었다. 가장 많이 득표한 1명이 당선되는 소선구제에서 자력으로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한 만큼 2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였다면 당선이 더 쉬웠을 것이다.
이 위원장은 "만약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13대 총선 이후 35년 만의 부활"이라며 소선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지금 바꾸는 것은 사실상 '혁명'에 가깝다고 했다. 다만 "승자독식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소선구제 관련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선거구제는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표(死票)가 된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민의가 왜곡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총선에서 전국의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49.9%,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41.5%를 얻었는데 실제 의석수는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으로 약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해당사자들인 국회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 합의를 이뤄내기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지역구를 잃게 되는 의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역대 국회에서 모두 논의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며 "선거가 막 끝나고 했으면 모르겠지만 선거를 1년 앞두고 선거구제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대통령제하에서는 소선구제를 통한 양당제, 의원내각제에서는 중대선거구제인 다당제가 맞다고 본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광주전남에서 보수당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