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옥죄는 美…'韓, 팹4서 실익 챙겨야'

연초부터 對중국 수출 제재 힘쓰는 美
韓은 팹4 가시권…"막연한 우려 피해야"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미국이 주요 반도체 장비사를 둔 일본과 네덜란드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고 압박 중이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의 이익이 줄 수 있는 만큼 주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제재 효과를 높이려 이들 국가의 참여를 계속해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올해 팹4(FAB4·미국 한국 일본 대만)에 참여하면서 국내 기업의 중국 수익이 줄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팹4 참여로 얻는 이익과 불이익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막연히 고민하기보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났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네덜란드에 동참 요구를 전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네덜란드에 중국 제재를 동참해달라고 요구한 배경에는 반도체 장비 시장 특성이 있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KLA와 함께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 ASML 등 세계 5대 장비사가 글로벌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과 128단 이상 낸드, 14㎚ 이하 로직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국 제안에 탐탁지 않은 모습이다. 자국 반도체 장비사들이 중국에서 얻는 수익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리셔 슈레이너마허 네덜란드 통상 장관은 양국 회담 전 현지 매체에 "(미국) 제안에 서명할 것으로 봐선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취지대로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려면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이 필수다. 미국은 지속해서 참여하라고 두 나라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새해부터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에선 팹4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팹4는 미국이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미국의 또 다른 중국 제재 카드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팹4 제안을 받은 뒤 논의를 지속하다 올해 참여를 본격화한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새해 업무 보고를 통해 팹4 참여를 알렸다.

하지만 중국 사업 비중이 작지 않은 국내 반도체 산업 특성상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중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팹4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팹4에 참여하되 국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온 이유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팹4는 단어 의미 그대로 제조(Fabrication)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동맹 가입인 것처럼 과도하게 의미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은 반도체 시장을 갖고 있지만 미국은 시장과 기술을 모두 다 가진 만큼 당연히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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