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2000억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서 진행
IIHS 향후 평가 대비...2열 더미 추가
시험 결과 별다른 이상 없어
측면, 후면 등 테스트 미실시 아쉬움
"배터리 화재 관련 자체 평가 실시"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5, 4, 3, 2, 1.”

지난 12일 오전 10시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시끄러운 경고등이 들리며 아이오닉5가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갔다. “쾅” 이어플러그를 귀에 꽂았음에도 선명하게 충돌음이 들렸다. 에어백이 터지면서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조금 피어올랐다. 충돌 후 에어백으로 인한 화약 때문이다. 연구원들이 차에 다가갔다. 4개의 문이 활짝 열렸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사고 차량 앞에 다가갔다. 운전석 앞 부분은 훼손됐으며 보닛이 휘었다. 분홍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워셔액인지 냉각수인지 추후 확인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배터리가 있는 차량 하단부는 이를 보호하는 차량 섀시가 조금 떨어져 나갔다. 이외엔 별다른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고 후 차량은 승객석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인체 모형(더미)은 이상이 없었다. 배터리가 있는 차량 하단부도 안전했다. 이들은 지난해만 20대의 신차를 선보이며 약 2000억원을 충돌 안전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안전시험동 내 충돌장에서 평가를 했다. 수십 개 더미들이 마련된 방을 지나 충돌장에 도착하니 중앙 벽을 중심으로 50m가량의 도로가 3개 있었다. 비행기 격납고를 연상케 했다.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 준공돼 전체 4만㎡(약 1만2100평) 규모다. 충돌장 크기만 2900㎡(약 877평)다. 100t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이 있다. 최고 속도 100km/h, 최대 5t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이번 충돌 시연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로 꼽히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IIHS) 상품성 평가와 동일하다. 아이오닉5가 시속 64km로 실제 차량을 모사한 벽에 부딪히면서 운전석 전면 40%가 파손되도록 한다. 운전석 뒤쪽 좌석에 여성 승객 모형도 추가했다.

충돌 결과 아이오닉5의 승객 공간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인체 모형에 큰 상해가 없었다.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더미 상해치와 차량 거동과 관련된 시험 결과 분석은 일정 시간이 소요돼 당장 확인할 수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IIHS 최우수 등급 TSP+(Top Safety Pick Plus)와 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했다. 폭스바겐·아우디의 27개 차량보다 1개 적다. 하지만 같은 모델이 중복으로 평가받은 횟수를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이 1위를 달성했다.

이같은 성과를 위해 이 회사는 안전성과 관련해 내수와 수출 구분 없이 동일하게 차량을 설계하고 있으며 차량 출시 전 개발 단계별로 정면, 옵셋(부분 정면), 차대차, 측면, 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한다.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도 거친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차량당 약 100억원의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이 든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출시일 기준 20대의 신차를 내놨다. 즉, 지난해만 2000억원을 ‘버린’ 셈이다.

다만 이번 충돌 평가 시연에선 옵셋 평가만 진행됐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위치한 하단부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측면 충돌 시험이 중요하다. 배터리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상품성 평가 외에도 화재발생 위험과 관련된 시험을 별도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주차중일 때나 충전중일 때 배터리 화재에 대비한 설계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속 100km 이상 초고속 상황에서 충돌 안전성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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