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우리도 이제 사표(死票)가 아니라 산 표를 행사하고 싶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경북에서 민주당 후들이 많게는 35%, 적어도 14% 이상 득표했지만, 이 모든 성과가 당선자 0명으로 귀결되는 정치구조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1위 후보가 2위보다 단 1표라도 많으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경북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얻은 모든 표는 죽은 표가 된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그는 "이번에는 정말 바꿔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1년 이상 앞두고 정치권이 선거구제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뒀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거론한 뒤 정치권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불붙은 것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떠들었던 주제인데 반응이 있었던 것은 기쁘다"면서도 "다만 논의가 중대선거구제를 하느냐 마냐 논의에 매몰돼서는 안 되고, 윤 대통령 발언의 요지는 ‘정치개혁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 "단순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지역이 너무 넓어지는데, 이를 후보들 개인의 경쟁력으로 뚫어야 한다. 일본에서 했던 사례를 보면 인기인이 당선될 수밖에 없고, 돈 많고 조직력 있는 사람들이 쉬워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폐해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계파 간의 이해관계로 공천이 되면 거의 당선되는 구조가 되면 정치의 혁신성이 더 떨어지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소선거구제와 비교해보면 나아지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임 위원장은 권역별 개방형 비례대표제를 지역주의의 극복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권역으로 선거구를 묶은 뒤 정당의 득표율만큼 의원 당선자 숫자가 바뀌는 방식으로 선거제도가 개편되어야 한다"며 "정당에 공천한 사람 명단을 보고 그 사람을 찍으면 그 순위에 따라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는 방식을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당이 선거의 중심에 설 수 있어야, 결국 정책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거론되는 선거법 개정안 가운데서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 안이 이에 가장 가깝다.
임 위원장은 인구가 적은 농촌의 경우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어렵다는 목소리에 대해 "선거법 개정을 안 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농촌의 경우) 선거구가 너무 넓어져 힘들다고 하는 데 이는 유권자 핑계를 대는 것"이라며 "(이미 경북에서는) 네 개 군을 묶어서 국회의원 1명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북의 경우 군위, 의성, 청송, 영덕이 한 선거구로 묶여 있다. 이미 행정구역에 기반한 대표성은 큰 의미를 상실한 상황이기에, 농촌을 이유로 소선거구제를 남겨둬야 할 이유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오히려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소선거구제로 하면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민주당 지지자들이 하는데,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할지는 누가 장담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 당도 싫고 저 당도 싫다는 비중이 점차 늘어난다"며 "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면서 "이들에게 좋은 정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민주당도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의지를 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대선거구제가 문제가 있다고만 하는 것은 하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든, 민주당은 민주당이 가장 합리적으로 국만의 의사를 받아낼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북 지사에 도전했다 22%의 득표율로 패했다. 민주당의 이름을 달고 경북에서 지역주의에 맞서왔던 그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고, 국회는 4월 내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법을 지켜라라는 목소리를 낼 생각"이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