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기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현직 법무부 장관과 제1야당 대변인의 이상야릇한 논쟁이 새해 정국의 관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장외 정치의 링 위에서 법무부 수장과 국회의원이 벌이는 설전은 2023년 1월 한국 정치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괴이(怪異)의 사전적 의미는 '알 수 없을 만큼 이상야릇하다'이다. 괴이는 정치인의 논쟁 키워드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괴이 논란의 서막은 지난 2일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야당 정치인 수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왔다.
국회 국정감사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등에서 설전이 계속됐다. 한 장관은 지난 2일에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장관은 "먼 옛날이야기나 먼 나라 이야기면 웃을 수 있겠지만 2023년 우리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나도 웃기지 않는다. 그냥 괴이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이 전한 괴이함의 대상은 민주당이다. 한 장관은 "정치인이 뇌물 받는 것과 공당이 공개적으로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것, 어느 것도 웃기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을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정당에 비유한 셈이다.
한 장관이 괴이 논란의 불을 댕긴 다음 날 민주당 대변인이자 국회의원인 정치인 김의겸이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3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제(2일)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서 괴이하다. 괴이할 뿐이다. 이런 표현을 썼던데 저는 오히려 지금 이런 한동훈 장관의 모습 이게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장관의 모습이고, 한동훈 장관이야말로 정말 가장 괴이한 장관"이라고 반격했다.
김 의원은 "요즘 한동훈 장관이 매번 현안에 대해서 발언을 하고 있죠. 저는 그걸 볼 때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면서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해왔던 도어스테핑을 자신이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책상 대한민국의 주연인데 조연인 한 장관이 주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무부 장관과 야당 대변인이 연일 설전을 주고받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괴이 논란이 여의도 정가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자체가 한 장관이 현실 정치 무대에 올라와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특정 부처를 책임지는 인물의 메시지가 정치적인 언어로 비치는 것은 한 장관에게 부담이다. 정치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신분을 고려할 때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장관이 공무원 타이틀을 떼고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민주당이 한 장관에게 날리는 잽이 정치적인 몸값을 키워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장관 의지와 무관하게 차기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도록 민주당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은 3선, 4선 중진 의원이 되더라도 인지도 갈증을 느낀다.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정치인의 큰 자산이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은 특정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한 장관은 정치 입문도 하기 전에 제1야당과의 공방전을 토대로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그 인지도 상승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