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vs괴이…한동훈·김의겸 이상야릇 논쟁의 역설

법무부 장관과 제1야당 대변인, 연일 설전
정치무대 올라선 한동훈, 때리며 키워주는 야당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현직 법무부 장관과 제1야당 대변인의 이상야릇한 논쟁이 새해 정국의 관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장외 정치의 링 위에서 법무부 수장과 국회의원이 벌이는 설전은 2023년 1월 한국 정치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괴이(怪異)의 사전적 의미는 '알 수 없을 만큼 이상야릇하다'이다. 괴이는 정치인의 논쟁 키워드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괴이 논란의 서막은 지난 2일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야당 정치인 수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왔다.

국회 국정감사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등에서 설전이 계속됐다. 한 장관은 지난 2일에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장관은 "먼 옛날이야기나 먼 나라 이야기면 웃을 수 있겠지만 2023년 우리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나도 웃기지 않는다. 그냥 괴이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 장관이 전한 괴이함의 대상은 민주당이다. 한 장관은 "정치인이 뇌물 받는 것과 공당이 공개적으로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것, 어느 것도 웃기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을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정당에 비유한 셈이다.

한 장관이 괴이 논란의 불을 댕긴 다음 날 민주당 대변인이자 국회의원인 정치인 김의겸이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3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제(2일)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서 괴이하다. 괴이할 뿐이다. 이런 표현을 썼던데 저는 오히려 지금 이런 한동훈 장관의 모습 이게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장관의 모습이고, 한동훈 장관이야말로 정말 가장 괴이한 장관"이라고 반격했다.

김 의원은 "요즘 한동훈 장관이 매번 현안에 대해서 발언을 하고 있죠. 저는 그걸 볼 때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면서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해왔던 도어스테핑을 자신이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심각한 표정으로 이재명 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윤석열 대통령이 직책상 대한민국의 주연인데 조연인 한 장관이 주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무부 장관과 야당 대변인이 연일 설전을 주고받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괴이 논란이 여의도 정가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자체가 한 장관이 현실 정치 무대에 올라와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특정 부처를 책임지는 인물의 메시지가 정치적인 언어로 비치는 것은 한 장관에게 부담이다. 정치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신분을 고려할 때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장관이 공무원 타이틀을 떼고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민주당이 한 장관에게 날리는 잽이 정치적인 몸값을 키워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장관 의지와 무관하게 차기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도록 민주당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은 3선, 4선 중진 의원이 되더라도 인지도 갈증을 느낀다.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정치인의 큰 자산이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은 특정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한 장관은 정치 입문도 하기 전에 제1야당과의 공방전을 토대로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그 인지도 상승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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