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어디까지 마셔봤어?

로얄샬루트 21년 에스텐시아 폴로 에디션을 마셔 봄

술을 무척 좋아한다. 다양한 술의 맛과 향이 주는 재미는 다른 음식보다 더욱 다채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코 닿지 못한 영역이 있었으니 바로 위스키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보통 고가의 술이라고 떠올렸을 때, 5~10만원 선을 생각했다면 술집에서 마시는 위스키는 대체로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혼술, 홈술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위스키도 상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금액이 됐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덕분에 면세점에 다녀오면서 위스키를 한 번 구매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봤던 술은 대체로 유명한 술이었다. 로얄샬루트,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면세점에만 들어오는 위스키 등은 소식이 알려지고 나면 금세 품절되기 때문이란다. 뭘 살까 하다 고심하던 끝에 병이 예쁜 로얄샬루트 21년 에스텐시아 폴로 에디션을 구입했다.

당시 구입가격은 한화 약 20만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비싼 술을 샀다는 묘한 감동이 있었다. 사실 약 30만원 정도까지도 예산을 생각했으나, 당시 달러 가격이 1400원 가까이할 시기라 면세임에도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무난한 금액대에서 결정하게 됐다. 에스텐시아 폴로 에디션은 폴로 컬렉션의 4번째 제품으로 아이코닉한 폴로 국가들에서 영감을 얻은 첫 번째 에디션이다.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과 이국적인 아르헨티나의 정취를 담았다고 한다.

사실 로얄샬루트는 무난한 맛과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기 때문에 ‘내돈내산’에 적합한 술은 아니라는 평이 많다. 위스키는 종류가 다섯 가지인데 크게 보자면 한 종류의 맥아로만 만든 싱글 몰트냐, 섞어서 만든 블렌디드냐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위스키 애호가들은 개성이 강한 싱글 몰트를 선호하고, 초심자일수록 무난하게 만들어지는 블렌디드를 선호한다고. 마치 커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우선 병을 열고 한 잔 따라보았다. 병을 열자마자 강하게 느껴지는 향은 살짝 카라멜 같고, 또 과일 향 같은 달콤한 향기가 인상적이었다. 달콤한 향기 이후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도수 높은 술에서 나오는 알싸한 풍미도 느껴졌다.

위스키를 먹는 방법은 대체로 스트레이트(그냥 마시는 것), 미즈와리(일본식 용어인데 말 그대로 미즈(水),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얼음에 타 먹는 온더락, 얼음과 탄산수를 섞는 하이볼 등이 있다. 스트레이트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그냥 마셔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혀 안에서 굴려도 금방 독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구마로 만든 증류식 소주 ‘려’조차도 입 안에서 굴릴 때는 독한 느낌이 있었는데 훨씬 부드러웠다. 먹고 난 뒤 입 안에서 화한 느낌은 있지만, 술을 마시며 독하다, 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로얄샬루트 측에 따르면 은은한 시나몬의 풍미, 자두잼과 풍성한 다크 초콜릿의 맛이 돋보인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구분하진 못했고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 먹고 나서 뒷맛도 좋은 편이다. 너무 독한 느낌보다는 위에서부터 올라오는 알싸한 느낌과 함께 입 안에서의 여운이 또 한 모금을 마시게 하고 싶었달까. 새롭게 위스키의 세계에도 빠질 것만 같았다.

사진=서정준

서정준 객원기자 drinkea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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