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움츠렸던 '영웅'들이 쏟아져 나온다

'영웅' 스크린·무대 동시에…OTT '약한 영웅'도
"잠자던 콘텐츠 쏟아지며 키워드 겹치는 현상"

(왼쪽부터)임영웅, 정성화, 윤제균, 박지훈.사진=물고기뮤직, CJ ENM, 웨이브

이름과 제목에 영웅이 들어간 콘텐츠가 잇따라 인기를 얻고 있다. 그야말로 '영웅'의 시대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영웅'과 2009년 초연된 동명 인기 뮤지컬이 21일 나란히 문을 열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자체 제작 드라마 '약한영웅'이 지난달 공개돼 인기를 누리며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으며, 가수 임영웅은 대규모 공연장인 고척돔 콘서트 매진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영화, 드라마, 유명 가수까지, '영웅'은 하나같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잠자던 영화·콘텐츠가 최근 쏟아져나오면서 비슷한 키워드의 작품이 겹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영웅' 스크린에서 다시 태어나다

'쌍천만 감독' 윤제균이 '국제시장'(2014)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영웅'이 지난 21일 개봉했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다. 모두가 알고 있는 독립운동의 상징인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결연한 삶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가슴에 강렬한 인상과 진한 위로를 건넨다.

영화 '영웅' 스틸. 사진=CJ ENM

뮤지컬 '영웅' 다시 무대에

'영웅'은 스크린과 무대에서 동시에 막을 걷고 관객과 만난다. 뮤지컬 '영웅'은 지난 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은 2009년 10월 26일 초연됐다. 다시 무대에 오른 '영웅'은 극장에서 즐기는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뜨겁게 펼쳐지는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등 강렬한 넘버를 더 웅장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영화 '영웅' 스틸. 사진=CJ ENM

약하지 않은 '약한영웅'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는 지난달 18일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의 인기에 활짝 웃었다.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자극적이면서 감성적으로 풀어낸 학원물로 인기를 얻었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10대 시절의 리얼한 이야기가 공감을 더했다. 특히 이면에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 우정과 파국을 거치는 세 친구의 성장통이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이끌었다.

임영웅, 고척돔 넘어 할리우드로

임영웅(31)의 도전도 계속된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7개 도시에서 21회차 개최한 전국 투어 콘서트는 17만명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최정상 인기 아이돌그룹조차 전석을 채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서울 고척돔 콘서트조차 '피케팅'(피+티켓팅) 열기 속 매진을 달성했다. 다음달 14일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공연 열기를 담은 실황 VOD를 서비스하고, 공연의 극장판이 CGV에서 내년 3월 개봉한다.

그는 내년 2월 11일·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인 로스앤젤레스'를 개최하고 현지 팬들과도 만난다. 돌비극장은 매년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열리기로 유명한 할리우드 대표 극장이다. 이곳에서 2020년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등 주역들이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누렸고, 지난해에는 '미나리'로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은 곳이다.

가수 임영웅. 사진=물고기뮤직

왜 '영웅'에 열광하나

갑자기 '영웅'을 키워드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올해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영웅'이다. 공교롭게 영화, 뮤지컬, 드라마, 소설 등 대중문화 콘텐츠 제목에 키워드가 중복되면서 일어난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잠자던 콘텐츠가 올해 상황이 나아지자 대거 쏟아져 나왔다. 제목까지 겹칠 만큼 많은 작품이 소개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 "최근 힘겨운 시간을 지나온 관객·시청자들을 위로하는 힐링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제목에 '영웅'이 들어간 콘텐츠는 공통적으로 시대를 투영하고 우리에게 힘이 되는 영웅이 등장한다.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소구되는 콘텐츠의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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