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 '1.6조' 빅딜…암젠에 ADC 기술수출

5개 타깃 ADC 기술 수출
총액 12억4750만달러

지난 1월 ABL바이오의 10.6억달러
뛰어넘는 올해 최대 기술수출

암 잡는 '크루즈미사일' ADC
'엔허투' 발표되며 기술 경쟁 고조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사진=레고켐바이오 제공)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연말을 앞두고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나왔다. 레고켐바이오는 23일 미국 암젠에 항체-약물 복합체(ADC)를 기술수출하는 총액 1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번 기술 수출은 총 5개 타깃을 대상으로 한 ADC 원천기술에 대한 글로벌 기술 개발 및 판권을 이전하는 계약이다. 총 계약금액은 12억4750만달러(약 1조6050억원)이다. 선급금,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구성됐다. 로열티는 순매출액 기준 합의된 비율에 따라 분기별로 지급된다. 세부 금액·로열티 지급 비율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계약됐다. 레고켐 측은 "선급금과 마일스톤은 각 인보이스 발행 후 45일 이내 지급 예정"으로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반환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총 계약규모 기준 올해 나온 기술수출 계약 중 가장 큰 규모의 빅딜이다. 앞서 지난 1월 에이비엘바이오가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를 사노피에 기술을 이전하며 맺은 총액 10억6000만달러(약 1조3599억원)가 기존의 가장 큰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이었다. 당시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7500만달러,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9억8500만달러(단기 마일스톤 4500만달러)가 포함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이를 뛰어넘는 총액 규모의 계약이자 올해 두 번째로 나온 10억달러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현재 '콘쥬올(ConjuALL)' 플랫폼을 활용해 'LCB14'와 'LCB73' 등의 ADC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제인 LCB14는 중국 파트너사 포순제약이 진행한 1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이 67%로 상당한 성과를 확인했고,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제 LCB73은 영국 익수다가 기술 도입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항HER2 ADC '엔허투(Enhertu)'

ADC는 이름 그대로 항체(antibody)와 약(drug)을 접합(conjugate)한 의약품이다. 암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세포 독성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함으로써 마치 미사일처럼 암세포에만 효과적으로 독을 투하할 수 있어 암을 약물로 폭격하는 '크루즈 미사일'으로 불리며 차세대 항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캐롤린 버토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ADC와 관련이 크다. 이들은 '클릭 화학'을 고안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클릭 화학을 유기체에 활용한 것이 '생물직교 화학'이다. 서로 다른 작용기가 만났을 때 다른 단백질, 유기물과 상호작용 하지 않고 오직 정해진 파트너와만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ADC는 이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특히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 '엔허투(Enhertu)'가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절반에 달하는 HER2 저발현 환자 대상으로 혁신적 성과를 입증하면서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등 혁신적 성과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시장의 주목도도 크게 올라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ADC 의약품 시장도 올해 59억달러(약 7조5697억원)에서 연평균 22% 성장하며 2026년 131억달러(약 16조807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는 등 시장 출시가 이뤄지고 있는 엔허투는 2028년 77억4100만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월 셀트리온이 피노바이오와 손잡고 ADC 기술 확보에 나서는 등 ADC 기술에 대한 개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당시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와 플랫폼 '피노-ADC'를 활용해 고형암 타깃 ADC 항암제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총 15개 타깃에 대한 기술 실시 옵션을 확보했다. 모든 옵션이 실행될 경우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2억4280만달러(약 1조7758억원)까지 불어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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