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자카르타 북부 판타이 인다 카푹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중국인 집중 거주지구가 아니다. 중국 문화와 음식이 집결된 관광지다. 고쟁 음악, 중국 사자춤, 태극권 시범 등을 관람하며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화려한 경관은 2000년 11월 살림그룹과 아궁스다유그룹에서 조성했다. '뉴 타운십' 사업의 하나로, 인근에 이슬람 금융센터도 건설 중이다.
다음 프로젝트는 코리아타운이다. 판타이 인다 카푹 해변을 한국문화 체험장으로 꾸민다. 여력은 충분하다. 살림그룹은 식품(인도푸드), 유통(인도마렛), 자동차(인도모빌)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계열사를 소유한 인도네시아 대표 기업이다. 주력 사업은 부동산과 레저 개발. 현지 최대 쇼핑몰인 그랜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호텔, 리조트, 골프 코스 등을 다수 보유한다.
차이나타운 건설 배경에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부터 존재한 화교가 있다. 현지에서는 '티옹화' 또는 '치나'라고 부른다.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나 경제권의 약 80%를 장악 중이다. 안토니 살림 살림그룹 회장도 화교다. 부친 수도노 살림(1916~2012)은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나 1952년 자카르타에 정착했다. 모친 리 라스 니오(1921-2015)는 현지에서 태어난 중국인이다.
한국을 향한 관심은 차이나타운보다 훨씬 상업적이다. 부상하는 K-콘텐츠 인기에 편승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자 한다. 살림 회장은 지난 5일 'K-브로드캐스팅 쇼케이스 인 인도네시아'에서 속내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KBS·MBC·EBS·SLL·CJ ENM·아이코닉스 등 국내 콘텐츠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K-콘텐츠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단연 K-팝. 그는 코리아타운 건립 방안을 공개하며 "콘서트홀부터 만들 생각이다. 라이브 공연은 물론 야외 활동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수요를 철저히 조사해 내린 결론"이라며 "인도네시아인 대부분이 콘텐츠, 음식, 뷰티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살림그룹은 이미 K-콘텐츠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11년까지 운영하다 엘랑 마코타 테크놀로지에 소유권을 넘긴 지상파 방송사 인도시아르가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 '가을동화(2000)', '대장금(2003~2004)', '아내의 유혹(2008~2009)', '꽃보다 남자(2009)', '시크릿 가든(2010~2011)' 등을 송출해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았다. 최근에는 K-팝 공연을 주로 후원한다. 지난 3~4일 자카르타 커뮤니티파크에서 열린 '헤드 인 더 클라우드'에는 GOT7 잭슨, 여자아이들, 비비, 청하 등이 출연했다.
살림그룹은 K-콘텐츠 제작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 살림 회장은 "콘텐츠나 프로그램보다 제작사에 투자하는 편을 선호한다"며 "최근에도 인도네시아 인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비디오의 지분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인도푸드 이사이자 아들인 액스톤 살림도 지난 3일 '코리아 360' 개관식에 참석해 "다양한 형태의 협력과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