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원기자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서울시 은평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 중인 사장 A씨는 최근 크리스마스·연말 특수를 맞아 케이크를 사가는 고객이 늘어서 기쁘면서도 재료값이 크게 올라 마냥 기뻐할 수 없게 됐다. 보통 한 팩에 6600원 정도였던 휘핑 크림이 이젠 9000원으로 올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연말 성수기라 생크림 케이크 주문은 점점 느는데 더 저렴한 크림으로 바꾸면 바뀐 맛을 고객들은 금방 알아채고 불만을 토로한다”면서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입소문이 안 좋게 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재료를 그대로 구매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우윳값이 인상되면서 케이크 등 베이커리를 팔거나 라떼 음료를 파는 카페 점주 등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우유 뿐 아니라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에 사용되는 원유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식품의 가격도 상승하는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판매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17일부터 우유 제품의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흰 우유 1000㎖의 제품 가격은 6.6% 인상됐다. 매일유업도 같은 날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대표 흰 우유 제품인 ‘매일우유 900㎖’의 소비자 가격이 대형마트 기준 2610원에서 2800원대로 인상됐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지난 10월 16일부터 원유 기본가격을 리터(ℓ)당 49원씩 인상했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라떼, 발효유 등 제품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제외한 57종의 제품 가격을 22일부터 200~700원 올리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우유가 들어간 제품은 40여종에 달한다.
유업계의 가격 인상 도미노는 자영업자들의 고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량 계약을 맺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보다 주로 유업체들의 대리점에서 우유 조달하는 개인 카페들이 이런 밀크 플레이션에 더 취약한 편이다.
우윳값 인상에 이어 최근엔 계란값까지 급등하면서 물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우유와 마찬가지로 계란 역시 디저트, 베이커리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재료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기준 달걀 한 판(특란 30개)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은 6738원으로 평년(5547원)보다 약 20% 상승했다. 1년 전 6090원과 대비해서는 약 10% 올랐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B씨는 “우유나 생크림, 계란은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재기’가 불가능했다”면서 “음료 위에 올려서 제공하는 휘핑크림을 빼거나 라떼 메뉴를 줄이고 연말 특수가 지나면 베이커리 제품을 더 이상 팔지 않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