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완용기자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지방 중견 건설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급기야 대구의 한 건설사는 대표가 작업자 임금을 체불한 채 잠적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 동구 화성파크드림 신축 공사 현장이 일시 폐쇄됐다. 이 현장의 골조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보현건설 대표가 작업자 40여 명의 임금을 수개월째 체불했기 때문이다.
보현건설은 화성산업개발 하청업체로 화성파크드림 신축 공사 외 4곳 현장에서도 하도급을 맡고 있다. 이들 현장 작업자들의 임금 역시 체불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보현건설의 부도로 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4대 보험료가 미납된 데다 자잿값 및 임금 등이 밀려있고, 심지어 공사 현장 작업자들의 식사 대금도 지난 10월부터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경남지역 도급 순위 18위인 동원건설산업이 총 22억원의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동원건설산업은 지난해 매출 542억원을 거둔 중견건설업체지만 대구에 지은 근린생활시설 미분양으로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9월엔 충남 지역의 지역 건설사인 우석건설이 납부 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 되기도 했다.
잇따른 지방 중소건설사 부도로 건설업계에는 연쇄 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특히 자금 수요가 몰리는 연말을 앞두고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부실 여파로 40여 곳의 건설사가 문을 닫은 건설사 줄도산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건설업계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중 연말까지 약 34조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를 막지 못하면 건설사와 금융회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시장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부동산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건설 업체 1만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응답한 40개 업체의 사업장 233곳 중 31곳(13.3%)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공사가 지연된 사업장은 22곳(9.4%), 중단된 사업장은 9곳(3.9%)이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