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수가 높이고 지방 전공의 배정 확대…필수의료 지원책

공공정책수가 응급·필수의료에 도입
'최종치료 역량' 판단해 기관 개편
의료인력 유도·공급확대 동시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8월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정부가 자기공명영상(MRI) 등 일률적으로 확대했던 급여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절감된 재원을 필수의료에 투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대규모 재정이 투입됐지만,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등 의료체계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필수의료 지원 노력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올해 전국 소아암 전문의 67명 중 50%가 넘는 41명은 서울·경기 지역에 쏠렸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복지부는 필수 의료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급여 적용 재점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점감하고 이를 필수의료,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필수의료 강화, 재난적 의료비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담겨 있다.

'공공정책수가' 도입…필수·응급의료 적정 보상

정부는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공정책수가제란 공공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곳에 별도로 수가를 매겨 보상체계 강화하는 제도다. 뇌동맥개두술 등 기피 분야, 분만 등 수요 감소 분야에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진료량을 늘려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의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저빈도·고위험의 필수의료 분야에 적정한 보상이 어렵다는 점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우선 뇌동맥류, 증증 외상 등 야간·휴일 응급 수술과 시술에 대해 수가 가산율을 인상한다. 현재 평일 주간 50%인 수가 가산을 100%로, 평일 야간과 공휴일 수가 가산을 100%에서 150~175%로 확대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소, 상급종합병원 18개소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이후 응급의료체계가 개편되면 대상 기관을 늘릴 방침이다.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 환자의 후속 진료 연계를 위해 '응급실전용입원실 관리료'를 신설한다. 지금까지는 응급전용 중환자실에 입원할 때에만 관리료를 산정했지만, 응급전용 입원실에 입원하는 경우에도 관리료를 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난이도와 자원 투입 수준을 반영해 수가 기준을 세분화하고 고난도, 고위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추가 보상하기로 했다. 일례로 소아 심실·대혈관 선천적 연결 이상을 수술할 때 난이도 구분이 없이 동일 수가가 적용됐지만, 고난도 수술법을 적용할 경우 추가 보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심뇌혈관질환 분야에 추가 보상을 먼저 적용한 후 확대하기로 했다.

의료 취약지에 분만·소아와 같은 필수진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취약지역 수가, 인적·안전 정책수가를 추가로 지급한다. 광역시를 제외한 시·군·구에는 현재 분만수가의 100%에 해당하는 '취약지역수가'가 추가로 지급된다. 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관련 분쟁 등을 반영해 분만수가의 100%를 인적·안전수가로 더한다. 현행 분만수가의 3배가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감염병 위기 시에는 '감염병 정책수가'로 분만수가의 100%분이 추가로 더해진다.

중증 소아환자 진료기반 유지를 위해서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의 적자를 사후 보상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소아 환자에 대한 재택치료와 단기 입원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불필요한 응급실 전원 없는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추진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제공을 위해 정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소를 수술·시술 등 최종치료 역량을 갖추도록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할 계획이다. 중증·응급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지 않고 최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시 치료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생활관 내에서 골든타임을 대응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중증응급의료센터를 50개 내외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정된 의료인력·기관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으로는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가 제시됐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별 응급의료자원을 조사하고, 응급 질환별로 최종적인 치료가 가능한 기관·인력을 파악해 업데이트하는 '응급전원협진망'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그동안은 응급 역량만을 보고 (응급실을) 지정했지만, 앞으로는 병원이 가지고 있는 심혈관 질환, 중증 외상 등 최종 치료능력까지 보고 응급실을 지정하겠다. 응급실에서 진료 능력이 떨어져 다른 병원에 전원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권역심뇌혈관센터도 고난도 수술 등 전문 치료 중심으로 개편해 이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과감하게 탈락시키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인력을 충분하게 확보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전문의 신규 양성에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근무여건, 균형 배치로 인력 유입을 유도하는 한편 전문인력 총량을 확대해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인력 유입을 유도를 위해서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의 업무 강도와 처우를 개선할 계획이다. 분야별, 지역별 근무실태 등을 분석해 의사의 당직, 근무시간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헌신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가칭)한국의 의사상' 도입을 추진한다. 지역간 인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확대하고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간 전공의 파견 수련을 활성화한다.

의사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논의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2020년 9월 의사단체와 정부는 의사정원 확대 추진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협의의 원칙을 가지고 가되 다시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는 지원이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를 지속 발굴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중장기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보건의료 발전계획(2024~2028년)'을 수립할 예정이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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