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석기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으로, 성장 환경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맹자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자녀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국 교육 환경은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다. 우수한 학군을 형성한 지역에 있는 아파트는 시장이 불안정하더라도 가격 방어가 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매매는 물론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은 대치동과 목동,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성남 분당이나 안양 평촌 등 우수한 학군을 보유한 지역은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학군지로는 수성구가 뽑힌다. 범어동 중심으로 형성된 학원가와 경신고, 대륜고, 덕원고 등 명품학군이 형성된 곳이다.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릴 정도로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크고, 교육 수준도 서울 못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많은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범어동은 수성구 내에서도 가장 집값이 높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교육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1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5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현재 중학교 1학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28학년도 수능에서는 논술과 구술위주의 시험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제도의 변화는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중요성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자기주도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대입시험 역시 논술형으로 대체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현재 우리나라 교육업계에서 급부상하는 것이 바로 ‘IB 교육과정’이다.
IB란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로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등 전 세계에 지역별 본부를 두고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민간 재단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이자 대입 시험이다. 단순히 지식을 집어넣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개념 이해를 기반으로 한 탐구 수업을 통해 배운 교과 학습 내용을 학습자가 직접 꺼내어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을 표방하며, 글로벌한 맥락 속 다양한 실생활 기반의 문제 상황에서 학습자 스스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준다.
IB는 최초 국제기구가 집결해있는 스위스에서 국제기구 직원의 자녀들이 잦은 국제적 이동에도 일관된 교육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나, 교육적 가치와 우수성이 널리 퍼져 전 세계 곳곳에서 엘리트들이 모인 사립학교 공립학교를 불문하고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우리나라 역시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에 위치한 ‘대구중앙중학교’는 국내 사립학교 최초로 IB 중학교 프로그램 월드 스쿨로 공식 지정됐다. 이에 대구중앙중학교는 ‘학습자가 배우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믿음에 근거해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배우는 방법을 학습하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ATL(학습접근전략)은 인지적 기능, 감정적 기능, 메타인지적 기능들로 구성돼 있어 평생 학습을 즐기는 데 필요한 자기 지식과 기술들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또한 수업과 평가, 기록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사용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들의 학습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모든 교과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온라인 수업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교과 수업과 학교 활동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정성윤 중앙중학교장은 “IB 프로그램을 사립학교로서 가장 먼저 도입한 근본적 이유는 앞으로 예측불허한 가변적 미래 교육 환경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으로써 지속 가능성이 크고 학생성장과 교사 전문성 발달에 큰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이라며 “IB의 도입과 실행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교사, 구성원, 학부모들 사이에서 짙어지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뀌는 교육제도에 맞춘 새로운 학군지의 탄생이 예고되자, 인근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달 신세계건설이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 일원에 선보인 ‘빌리브 헤리티지’는 불안정한 현 대구 부동산 시장 속에서도 50평대 후반 이상의 대형 평형 타입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하는 성과를 보였다.
전 세대가 50평대 이상 대형 면적으로 조성된 빌리브 헤리티지는 대구 상위 1% 자산가를 위한 하이엔드 아파트다. 8~9일 진행된 청약에서 가장 작은 50평형 초반 타입을 제외한 50평형 후반 이상의 대형평형 타입 모두가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고, 특히 223㎡타입의 경우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IB 교육과정이 도입된 대구중앙중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어(지망 및 추첨 배정) 자녀를 둔 학부모의 수요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자산가들을 위한 상위 1% 아파트인 만큼, 자녀의 학업에 관심을 가진 수요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빌리브 헤리티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2개 동 146세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후분양 아파트로 내년 7월경부터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최봉석 기자 mail0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