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난민구조선 입항 거부한 이탈리아에 보복 조치

'伊 난민 3500명 수용' 합의 이행 않기로…논란 된 난민 구조선은 彿툴룽항 입항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한 오션 바이킹호의 난민들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난민 구조선 수용 여부를 두고 이탈리아와 갈등 중인 프랑스가 이탈리아에서 난민 3500명을 수용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고 영국 B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가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임대한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의 입항을 거부한데 따른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션 바이킹이 11일 프랑스 남부 툴룽항에 입항이 허락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션 바이킹은 지중해 중부에서 이주민 234명을 구조했으나 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허가하지 않았고 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 갈등의 단초가 됐다.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오션 바이킹이 이탈리아령 시칠리아섬 인근에서 여러 차례 구조를 요청했는데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했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맹비난했다. 오션 바이킹이 이탈리아의 탐색구조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구조선을 받아들일 항구를 즉각 지정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이탈리아가 인도주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가 양국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보복 조치로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끼리 난민을 나눠서 수용하자며 지난 6월 맺은 협약에 따라 이탈리아에서 이주민 3500명을 받기로 한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이탈리아와의 국경 통제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르마닌 내무장관은 오션 바이킹의 승객 3분의 1은 프랑스로 이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3분의 1은 독일로 이주하며 나머지 3분의 1도 다른 EU 회원국들에 수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도 반박 성명을 냈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이탈리아는 올해에만 이주민 9만명을 수용했는데 프랑스가 데려간 건 234명뿐"이라며 "프랑스가 겉으로는 유럽의 연대를 말하면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다른 나라들은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것을 이탈리아만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취임 전부터 해상 봉쇄를 해서라도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EU 13개국이 올해 이탈리아에 상륙한 이주민 가운데 8000명을 수용하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분산 수용된 이주민은 117명으로 이중 프랑스는 38명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EU 국가들이 "이탈리아가 불법 이주민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항구라는 원칙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가 이번에 유독 강하게 이탈리아를 비난한 배경에는 멜로니 총리의 성급한 발표가 한 원인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멜로니 총리가 양국 간에 물밑에서 오간 외교적 대화ㆍ합의를 무시하고 오션 바이킹을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했다고 먼저 발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난민 문제는 민감한 이슈라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었는데, 멜로니 총리가 마치 외교전에서 승리한 양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인 게 화를 돋웠다는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8일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프랑스가 오션 바이킹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프랑스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전에 프랑스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 총리실 발표 뒤 2시간 만에 "이번 일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프랑스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AFP 통신을 통해 나왔다. 하루 뒤인 9일에는 올리비에르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이 전면에 나서 이탈리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역시 "프랑스 정부는 난민 구조선 수용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기 전에 이탈리아가 이를 기정사실로 한 것에 격분했다"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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