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디지털치료제(DTx)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존 의료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 처방을 통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시스템 보완을 통해 의사들의 처방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제1회 DTx 아시아(Asia)'에서는 이와 관련해 '변화의 시간: DTx를 의료 서비스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까?(A Time for Change: How Does the Industry Plan to Successfully Integrate DTx into Healthcare?)'를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윤찬 에버엑스 대표가 진행을 맡은 이날 토론에서는 베차라 사브(Bechara Saab) 모비오 인터랙티브 최고경영자(CEO), 제이슨 고(Jason Goh) 모나시 헬스 의료서비스 디렉터, 이해성 KT 디지털&바이오헬스P-TF장, 마리-베스 브린슨(Mary-Beth Brinson) 탈리 CEO가 함꼐 했다.
참석자들은 짧은 환자당 진료시간, 수요에 모자란 의료 인력 공급 등 이전에도 제기돼 왔던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들이 코로나19라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급격히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상무는 "한국의 의료 환경은 '3분 진료'로 일컬어진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치료를 위해 필요한 보다 상세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만만큼 이러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IT 기업 입장에서도 이를 통한 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자의무기록(EMR), 개인건강기록(PHR), 마이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해나가는 과정 등이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준비 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에서 주의결핍증 DTx를 개발하고 있는 탈리의 브린슨 CEO는 DTx가 환자들의 치료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만성질환은 환자에게는 가정과 직장에서의 생활 방식을 바꾸게 되고,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반면 내원해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1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등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수요가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디렉터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의료 환경을 급격히 바꿨다고 전했다. 그는 "큰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디지털 기술 사용에 대한 의료진의 저항심을 완화시켰다"고 말했다.
사브 CEO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늘어나는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꼭 DTx가 아니더라도 정신 질환과 중추신경계(CNS) 질환 등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는 아직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아시아에서 더 크게 열려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들은 이 같은 수요를 실제 판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필수 선결조건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의사의 처방을 통해 최종 소비자인 환자에게 전달되는 DTx의 특성 상 의사들의 DTx에 대한 접근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브 CEO는 "DTx를 기존 시스템에 통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플랫폼을 의사의 편의성에 맞춰 설계했다"며 "이를 통해 작업흐름(워크플로우) 과정에서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임상 의사 결정에 대한 조언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자건강기록(EHR) 등 관련 시스템의 통합도 필수적 과제로 제시됐다. 고 디렉터는 "만약 통합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DTx가 의사들의 클릭 몇 번으로 처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이 과정에서 제약사와의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의약품 포트폴리오와 DTx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라며 "판매 과정에서 보다 수월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IT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