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코로나19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계로 몰리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기 위해 빌렸던 대출이 이제 이자폭탄이 돼 자영업자들을 억누르고 있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을 선택하거나 개인회생을 알아보고 있다.
서울 대학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철호씨(46)는 최근 새출발기금 상담 신청을 했다. 코로나19는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놨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나름대로 장사가 됐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는 노래방 업종 특성상 손님이 뚝 끊겼다. 영업정지까지 되면서 거의 장사를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생활은 해야 하니 여기저기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월 임대료는 6개월 이상 밀린 상태다. 초반에는 건물주가 상황을 봐준다고 했는데 6개월이나 밀리니 건물주도 더는 안 되겠다면서 보증금에서 제하겠다고 통보해왔다. 그동안 빌렸던 대출들은 이자 부담으로 돌아와 그를 옥좼다. 날이 갈수록 갚는 대출보다 연체하는 대출이 많아졌다. 더이상 돈 빌릴 곳도 없고 이대로 가게까지 닫으면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직전 카페를 열었던 유진호씨(29)는 개인회생을 고민 중이다. 문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장사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대출만 늘었다. 결국 폐업하고 지인 소개로 지방 건설 현장에 일자리를 구해서 생활 중이다. 그런데 당장 다음달부터 카페 운영 때문에 받은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서 눈앞에 캄캄하다. 현재 월급도 절반은 지인들한테 빌린 돈을 갚고 있어서 생활 자체가 빠듯한데 대출 상환까지 하려면 월급을 다 털어도 모자란 상황이다. 연체는 하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대출을 받은 게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서 독이 됐다. 차라리 연체를 3개월 이상 했으면 새출발기금 부실차주 신청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유씨는 개인회생 상담을 받고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옷가게를 운영 중인 최연지씨(35)는 대출 상환 만기가 다가오면서 고민이 커졌다. 원래 온라인으로 옷을 판매했던 최씨는 온라인 사업이 잘되면서 오프라인 매장도 열게 됐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최씨에게 빚만 안겨줬다. 장사가 안되면서 초반 3명이었던 아르바이트생을 하나씩 줄였고 결국 현재는 최씨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월 임대료 내기도 빠듯하다. 곧 대출 만기 상환이 다가오는데 이대로는 연체될 게 뻔하고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으면 어떻게든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최씨는 새출발기금 부실우려차주를 신청했다. 새출발기금 부실우려차주로 채무를 조정하게 되면 기존 약정금리를 유지할 수 있고 자금 사정에 맞춰 거치·상환기간을 선택할 수 있어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빚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새출발기금이나 개인회생 등으로 채무조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연체없이 버티고 있는 차주들은 소상공인 직접대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8년 넘게 중식당을 운영 해온 김석씨(52)는 코로나19 때보다도 요즘이 더 힘들다. 재료값이 오르지 않은 게 없고 대출 이자는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김씨는 "몇 개월 전만 해도 매출 대비 재료비가 30~40%를 왔다 갔다 했는데 지금은 50%대를 훌쩍 넘어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자 부담이 커졌지만 그래도 연체 없이 대출은 꼬박꼬박 갚고 있는 상황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게 소상공인 직접대출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근 비슷한 처지의 자영업자들과 함께 관련 기관에 민원을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