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직장인 김영환(가명)씨는 최근 휴대폰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웠다. 물가는 오르고 금리 인상으로 매월 은행에 내는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한푼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씨는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고 배달비까지 더하면 매끼 2만원 이상을 지불하기 일쑤인 배달 앱 대신 번거롭더라도 장을 봐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배달 앱 사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두 달 새 이 시장에서 200만 명 가까이가 빠져나갔다. 오르는 음식값에 배달비까지 지불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 등이 증가하며 지갑 사정에 비상이 걸린 이들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기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카테고리 사용자는 2312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과 비교해 약 186만 명이 감소한 수치다. 두 달 새 200만 명에 가까운 사용자가 배달 앱 시장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중복 사용자를 제외하고 200만 명 규모로 감소한 것은 주요 배달 앱 3사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사용자 수(MAU)는 각각 1993만 명, 667만 명, 365만 명이었다. 8월과 비교하면 배민에서 159만 명, 요기요에서 99만 명, 쿠팡이츠에서 70만 명이 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이 시장 1위인 배민에선 77만 명이 감소했고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각각 109만 명, 181만 명이 줄었다.
업계에선 올해 거리두기 해제로 배달 주문이 감소한 것이 시장에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최근의 사용자 감소는 고물가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음식값 오르고 있는 데다가 배달 앱으로 주문을 하면 추가로 배달비까지 부담해야 해 사용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용유·밀가루 등 가공식품 품목 대부분의 가격이 1년 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용유(42.8%), 밀가루(36.9%), 부침가루(30.8%), 국수(29.7%)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여기에 배달비도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8월 대비 10월 배달비를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업체 중 9.9%가 배달비를 인상했다. 이 같은 비용 증가가 배달 앱 사용을 자제하게 만들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에서 배달 주문 등을 포함하는 음식서비스가 전년에 비해 7.8%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에선 사용자 감소가 지속돼 배달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서비스에 사용자를 뺏기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에서 사용자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각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배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