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우주쓰레기 때문에 지구에 갇히나?[과학을읽다]

미 NASA, 지난 24일 ISS 긴급 회피 기동 실시
지난해 11월 러시아 위성요격미사일 실험 여파
'케슬러 신드롬' 현실화 우려 짙어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 '그래비티(Gravity)'.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 중이던 주인공들이 우주쓰레기의 습격으로 겪는 고난이 주요 소재다. 우리나라에서 2021년 개봉한 영화 승리호(Space Sweepers)는 우주쓰레기로 가득 찬 지구 궤도에서 살아남는 인류의 모습을 그렸다.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을 영화화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케슬러 신드롬은 도널드 케슬러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가 1978년 펴낸 논문에서 소개했다. 위성 발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만약 위성들끼리 충돌할 경우 그 파편들이 연쇄적으로 위성들을 파괴해 우주쓰레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 결국에는 지구 궤도 전체를 둘러싸게 돼 인간의 우주 진출은 물론 지구 궤도 활동이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같은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ISS가 지난해 11월 실시된 러시아의 위성요격미사일(ASAT) 실험으로 생긴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한 두 번째 회피 기동을 실시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NASA는 지난 24일 오후 8시25분쯤(미국 동부시간) ISS 운영팀이 기동용으로 접안해 있는 러시아의 화물선 프로그레스81호 추진기를 점화해 5분 5초간 회피 기동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ISS의 궤도는 지구로부터 최소 0.32km에서 최대 1.3km 더 높아졌다. 이번 회피 기동은 2021년 11월 15일 러시아가 위성요격미사일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들의 위성 코스모스1408호를 파괴한 후 생성된 우주쓰레기의 접근이 예상됨에 따라 ISS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러시아 위성요격미사일 실험 후 생긴 파편 때문에 단행된 ISS의 회피기동은 지난 6월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ISS는 실험 직후에도 우주인들을 대피소로 긴급 피난하도록 하는 등 비상 안전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우주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우주청(ESA)은 지구 궤도 전체에 10cm 이상 3만6500개 이상, 1~10cm 100만개 이상, 1cm~1mm은 약 3억3000만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우주쓰레기들은 초속 7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기 때문에 작은 크기라도 위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특히 ISS는 1999~2021년 사이에만 29회의 우주쓰레기 회피 기동을 실시했고, 2020년에만 3회 등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미국은 올해 초 러시아의 위성요격실험을 비판하면서 우주쓰레기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금지 협약 선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와 우리나라가 동의한 상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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