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시장 고급화 진행 중… '양보단 질' 추구하며 성숙기 진입

9월 기준 와인 수입액 6260억…전년比 6.7%↑·수입량 7.7%↓
와인 음용 경험 늘며 품종·스타일 등 따져 마시는 소비취향 고급화
높아지는 눈높이에 업계는 프리미엄 확보에도 열 올려
시장 성장세에 나라셀라 등 자본조달 위한 IPO 움직임도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국내 와인시장이 고급화와 함께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와인 수입액이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량은 감소했는데, 국내 소비자들도 단순히 저가의 가성비 와인을 맛보던 ‘와알못’의 단계를 넘어 품종과 산지를 따져가며 향과 풍미를 즐기는 ‘와잘알’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보르도와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 등 고급와인 산지인 프랑스 와인 수입액은 1억5196만 달러(약 21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2857만 달러)보다 1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역시 고급산지인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중심의 미국 와인 수입액도 7806만 달러(약 1127억원)으로 전년 동기(6720만 달러) 대비 16.2% 늘었다.

1년 새 수입액이 크게 증가한 두 나라지만 수입량은 오히려 줄거나 크게 늘지 않았다. 이 기간 미국 와인의 수입량은 553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02t)보다 10.8%(669t) 줄었고, 프랑스 와인의 수입량도 9227t에서 9410t으로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지인 칠레의 경우 올해 수입량이 1만690t로 수입국 가운데 많았지만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5520만 달러)보다 11.5% 감소한 4885만 달러(약 700억원)로 프랑스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국내 와인 소비의 고급화 추세는 전체 수입액과 수입량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9월 말 기준 국내 와인 수입액은 4억3668만 달러(약 6260억원)로 1년 전 같은 기간(4억937만 달러)과 비교해 6.7%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소폭 증가세를 이어오던 국내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직전 해(2억2052만 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해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세를 이어가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액과 함께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가던 수입량은 올 들어 증가세가 꺾였다. 올해 와인 수입량은 5만2855t으로 전년 동기(5만7265t) 대비 7.7% 감소했다. 수입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은 줄어든 셈인데, 와인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음용 경험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가성비 와인을 마시는 것을 넘어 다양한 생산지와 품종으로 소비 취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 음용 경험이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와인이란 술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며 “와인이란 술은 품종과 스타일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음용 경험이 늘어날수록 더 다양하고 더 고품질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찾아가게 되는데 한국시장도 그런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마트 장터 등의 할인행사에서 대표 와인으로 선보이고 있는 수백만원대 고급와인들도 일명 ‘줄서기 와인’으로 불리며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희소성 있는 프리미엄 와인을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월 고품질 컬트와인으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한 데 이어 8월에는 스택스 립 지구의 포도밭을 추가로 매입하며 직접 생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도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하고, 대량 수입 가능한 중저가 와인보다는 유기농 프리미엄 와인을 발굴해 국내 시장에 독점 수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와이너리 10곳의 와인 100여 종을 들여왔고, 향후 수입 품목을 300여 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와인 고급화 흐름에 따라 가전업계도 프리미엄 와인 셀러 등을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로 와인 라벨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체계적 관리를 지원하는 ‘소믈리에 앳 홈’ 기능을 비스포크 냉장고에서도 쓸 수 있도록 개선했고, LG전자도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을 연동한 뒤 와인 라벨을 찍으면 이름·종류·생산지·가격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와인셀러’를 출시했다.

이밖에 캐리어냉장은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프리미엄 와인셀러 브랜드 ‘유로까브’ 단독 매장을 열었다. 유로까브는 1976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와인셀러 브랜드로 프랑스 정부가 기술력과 전통,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현존하는 문화유산(EPV)’에 등재된 와인셀러이기도 하다.

국내 와인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자금 조달 등을 위한 관련 기업들의 자본시장 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와인 수입·유통사 나라셀라는 지난 14일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총 상장 예정 주식 수는 647만8038주이며, 이 중 공모 물량은 150만주다. 상장 예비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께 공모가 진행될 전망이다. 나라셀라 외에도 금양인터내셔날도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신세계L&B, 아영FBC등도 잠재적인 상장예비기업으로 꼽힌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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