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격했다. 이 드론은 저공·저속 비행을 하며 굉음을 내는데, 키이우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은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무인기) '샤헤드-136'으로 키이우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키이우 시 중심부 셰브첸키우스키 지역의 아파트 건물에 폭발물을 가득 실은 드론이 떨어져 임신 6개월의 여성을 포함한 젊은 부부 등 민간인 4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러시아가 공격에 사용한 샤헤드-136은 동체 길이 3.3m, 날개폭 2.4m 무게 200㎏ 정도의 삼각형 형태다. 동체 앞코에 약 40㎏의 탄두를 싣고 있다. 비행거리는 약 2400㎞에 달해 장거리 작전도 가능하다.
이 드론은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최고 시속 185㎞ 정도로 비행하다가 탐지된 목표물에 동체를 직접 부딪쳐 피해를 준다. NYT는 "다른 드론에 비해 속도가 느려 재래식 방공시스템으로 쉽게 타격할 수 있지만, 러시아군이 많은 수의 드론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작전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톱 소리와 비슷한 특유의 굉음은 키이우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CNA의 새뮤얼 벤데트 연구원은 샤헤드-136에 대해 "군사 무기이면서 심리무기"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8월 이란제 드론 2400대를 들여온 것으로 파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는 100기 이상의 순항미사일과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 등 드론 수십 대를 사용했고 샤헤드-136 2400대를 추가로 주문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