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수주대전]① 650조 초대형 인프라 수주전 시작…K-건설 선두에

현재 발주 규모는 전체 예산액의 2.6%에 불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의 관광 단지 ‘트로제나’ 조감도.[이미지=네옴]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 면적 미래도시를 짓는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의 인프라 건설 수주 대전(大戰)이 눈앞에 다가왔다. 2017년 첫 개발 발표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그동안 구상과 디자인 변경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등으로 일정이 다소 늦춰졌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굵직한 발주가 이뤄지는 등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제 시작된 발주…삼성물산·현대건설 활약

네옴 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만 5000억 달러(약 650조원)가 투입된다.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세계 최대 너비에 높이 500m에 이르는 쌍둥이 빌딩도 들어설 계획이다. 1차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도시에 필요한 주택·항만·철도·에너지 시설 등 대규모 인프라 입찰이 현재 진행 중이다.

중동 프로젝트 시장 정보지인 MEED Projects에 따르면 현재 네옴 프로젝트의 발주 규모는 약 130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예산액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대부분이 1억 달러 이하의 소규모 공사들이다.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는 총 13개, 그중에서도 10억 달러 이상의 조단위 프로젝트는 3개에 불과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조성 부지 현장 이미지.

이제 시작인 분위기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역량이 빛나고 있다. 3개의 조단위 프로젝트 가운에 1개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했다. 지난 6월 양사는 그리스의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으며 스페인 악시오나와 인도 라르센&투브로, 스페인 FCC건설, 중국 국영건설공사 등과 경쟁을 벌인 끝에 사업자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지하에 총 28㎞ 길이의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18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작년 6월에는 국내 PM(Project Management) 업체인 한미글로벌이 더 라인의 마스터 플랜 관련 용역 계약(230만 달러)을 체결했다. 2023년 5월까지 2년간 프로젝트 관리·운영 구조 수립, 프로젝트 자원 관리, 개발 및 설계 관련 내부 관리, 발주처 지시사항 적기 이행 감독, 프로젝트 자료 보관 및 관리 방안 수립 등을 맡는다. 플랜 납품 이후 본격적으로 발주될 다수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국내의 몇몇 기업이 네옴 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우선 철강선재 가공업체 세아그룹의 계열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산하 사우디산업투자공사와 합작법인 세아걸프스페셜스틸인더스트리스(SGSI)를 설립했다. SGSI는 2억6630만 달러를 투자해 사우디 현지에 강관 공장부지(17만7845㎡)를 확보했으며, 이곳에서 연산 2만 톤(t) 규모의 스테인리스 무계목강관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지난 6월 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문화부 장관과 만나 문화 산업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했으며, 지난 2019년 사우디 엔터테인먼크 도시건설사업인 키디야프로젝트에 아시아 출신 고문으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SM엔터는 관광 단지 트로제나 사업에서 엔터테인먼트 돔시티,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등에 일정 부문 활약이 예상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삼성·현대차 그룹 차원 움직임도

정부도 네옴 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정책 및 외교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수출입은행은 친환경 사업 지원을 위한 4000억원 규모의 ‘PIS 펀드’(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 펀드)를 추가로 조성해 금융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또한 해외인프라 지원공사의 자본금을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고, 한국수출입은행 지원 규모를 50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마나르 알모니프 사우디 네옴시티 최고투자책임자(CIO), 하이파 빈트 모하메드 알 사우드 사우디 공주를 각각 만나 비공개 면담을 하는 등 물밑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알모니프 CIO와의 면담에서는 네옴시티 터널 공사를 수주한 삼성물산, 현대건설, 한미글로벌 관계자 등도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네옴시티 관련 설명을 듣고 앞으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국내 기업에 진출 기회를 요청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계의 역할도 기대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 간의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주전에서 삼성그룹을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단독 면담을 했고, 다른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네옴 시티 프로젝트에 들어서는 초고층 빌딩을 비롯해 다수의 주택·플랜트 사업 수주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시티에 접목되는 인공지능·반도체·가전 사업 등에서 수혜를 볼 가능성도 높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적극적인 활동이 예상된다. 도심항공기·로봇·자율주행 같은 스마트 시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네옴 시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특히 네옴 시티에서 바닷물을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해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이 되겠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어,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주사우디 한국대사관이 사우디로부터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의사를 접수해 11월 한국과 사우디 간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했지만 최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사우디가 발표한 석유 감산 합의로 미국과 사우디간 갈등이 생기는 등 국제정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부동산부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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